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환위험을 관리하는데 비상이 걸렸다.

또 환율 급등으로 내년 사업계획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하려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율이 달러당 1천1백원대 초반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환율이 갑자기 급등세를 보이자 환 운용전략에 혼선을 빚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이사는 "환율 절상을 예상한 기업들은 선물환 매입 등을 통해 환 위험을 헤지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대규모 환차손을 볼 수 있다"며 "철저한 환위험 대책만이 손실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유사들은 최근 들어 서울 외환시장에서 대규모 달러화 매수에 들어갔다.

3∼6개월 전 외상으로 들여온 원유결제대금용 달러를 조금이라도 싸게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사의 하루 거래규모는 대략 1억∼2억달러 규모다.

전문가들은 환율상승을 염두에 둔 기업들의 선취매가 이어질 경우 외환시장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주요 수출 기업은 지난 주말부터 일제히 달러 네고물량을 철수시켰다.

현대자동차의 한 외환담당자는 "단기적으로 달러당 환율이 1천2백원 이상까지 급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외화예금 잔고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환전문가들은 종합상사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환위험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직후 환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기업들조차 올들어 환율안정세가 지속되자 비용부담을 이유로 헤지성 거래를 꺼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K상사 등 일부 기업들은 이미 도입한 사내선물환 제도조차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

특히 유전스(기한부 지급)를 통해 외상으로 부품을 수입해 온 중소기업은 환율이 상승한 만큼 결제 부담이 늘어나 후유증이 더욱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외상수입이 많은 중소기업중 환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온 기업은 거의 없다"며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중소 무역업체들의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환율 속등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유전스 대신 현금결제방식(사이트빌)으로 거래형태를 바꾸기도 했다.

한편 기업들은 환율 급등으로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데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수출비중이 높아 환율 전망에 따라 사업목표가 달라지게 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환율이 급등하자 일부 기업은 기준 환율을 바꿔 사업계획을 수정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익원·조일훈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