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7일 한나라당이 발의한 박순용 검찰총장과 신승남 대검차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루종일 힘겨루기를 했다.

한나라당이 "표결처리하자"고 주장한데 대해 민주당은 "상정요건이 안된다"며 지연전술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는 "민주당이 표결처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적자금 동의안과 예산안 처리에 협조해줄 수 없다"고 압박했으나 밤늦도록 팽행선만 달렸다.

이에 따라 당초 오전10시로 예정됐던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은 11시50분이 돼서야 시작되는 진통을 겪었다.

◆민주당=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표결불가''입장을 천명한 후 오전 한때 본회의 참석을 유보하는 등 여당으로선 이례적으로 ''필리버스터(고의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도했다.

가급적 밤 12시까지 시간을 끌어 표결을 무산시키겠다는 계산이 저변에 깔려있었다.

이에따라 오전 10시10분께 1차 의원총회가 끝난 뒤 소속 의원들을 의원회관 및 원내총무실에 대기시킨채 본회의장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오후 회의에 맞춰 의총을 소집, 시간을 끌기도 했다.

또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원들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표결에 참여해선 안된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한나라당=이회창 총재 주재로 주요당직자 간담회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탄핵안 가결을 다짐했다.

그러나 ''대정부질문전 탄핵안 표결처리''라는 당초의 입장에서 후퇴,탄핵안 처리를 위해 대정부질문 시간을 줄이기로 결정한후 일찌감치 본회의장에 입장해 여당을 압박했다.

또 김무성 정형근 엄호성 의원 등 7∼8명은 자민련의 오찬을 겸한 의총장에 나타나 ''잘 부탁한다''며 일일이 악수를 청하는 등 구애작전을 폈다.

◆자민련=막판까지 줄타기를 계속했다.

김종필 명예총재가 "당이 단결하고 때를 기다리자"며 부결쪽에 무게를 실었으나 강창희 부총재,이완구 이재선 의원등은 "가부를 떠나 표결은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형배.이재창.정태웅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