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의 독주를 지켜보는 세계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EU는 통상마찰을 통해 노골적으로 견제에 나서고 있고 오랫동안 세계 1위를 달려 왔던 일본도 EU측에 은근히 맞장구를 치고 있다.

이들은 또 내부적으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한국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중국은 특유의 잠재력을 앞세워 건조능력을 확대하는 등 "한국 따라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 일본 =작년말 이후 NYK 등 자국 선사들이 잇달아 한국업체에 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자 크게 충격을 받았다.

가격 품질 등에 있어 한국업체들에 밀리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확인하게 된 계기였다.

일본 업체들은 최근 주요 수주전에서 한국업체들에 자주 고배를 마시면서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돼 있는 상태다.

최대 조선회사인 미쓰비시중공업 조선부문의 경우 지난해 2백억엔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쟁력 강화및 생존전략 차원에서 대대적인 통.폐합을 통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IHI 가와사키 미쓰이 등은 수주 설계 자재조달 부문에서 포괄적 제휴를 맺고 단일 통합회사로 태어날 전망이다.

NKK와 히타치도 통합을 시도하고 있으며 미쓰비시와 스미토모는 선종별 특화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이들 업체의 제휴나 통합은 제조원가의 60~70%에 달하는 자재비를 대폭 낮출 수 있고 공동 설계를 통한 R&D 부문의 효율성 증대로 상당한 시너지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본의 부활 여부는 구조조정을 얼마나 빨리, 과감하게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 EU =고부가가치선인 크루즈선과 관련 기자재, 항해.통신장비 등에서 한국이나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

올 1/4분기 수주량 점유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유럽 조선업계는 GT 기준으로 13.9%에 불과하지만 CGT 기준으론 24.5%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선의 수주가 많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범용선 분야에서 경쟁력을 상실한데 이어 최근 크루즈선에서도 한국 일본의 추격을 받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올해말께는 EU의 조선보조금마저 없어질 우려도 있다.

이같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EU는 최근 한국을 대상으로 공세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EU측은 한국정부의 조선산업 지원이 덤핑을 조장하고 있다며 WTO 제소를 노골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 중국 =작년에 3백만GT를 수주, 10% 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함으로써 세계 3위의 조선국으로 부상했다.

현재 성장속도를 감안할 때 가까운 장래에 한국과 일본을 위협할 수있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조선업계의 양대 그룹의 하나인 CSSC(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는 2005년까지 연간 건조능력을 3백50만GT로 끌어올려 세계 5위의 조선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중국 조선소가 보유하고 있는 VLCC를 건조할 수 있는 초대형 독은 신다롄(Dalian New Ship)조선소 1기 뿐이다.

그러나 상하이시와 바오산제철 및 CSSC가 공동 출자해 건설중인 상하이 푸둥조선소의 2기 등 4기의 독이 완공되고 광저우조선소 등 3기도 추가로 건설되면 오는 2010년에는 선박 건조능력이 1천만GT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