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후반 홍대 앞 클럽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퍼져나갔던 인디음악의 불씨는 올해 들어 급속히 사그라들었다.

우후죽순 생겼던 인디밴드 가운데 살아남은 밴드는 손에 꼽힐 정도다.

당시 유행하던 담론도 자취를 감췄고 인디음악의 판매고는 바닥을 달린다.

하지만 새롭게 뭉쳐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그룹도 있다.

밴드 결성 1년여만에 첫앨범 "강박관념"을 내놓은 "3호선 버터플라이"가 그런 이들이다.

이들은 신인 아닌 신인이다.

각 멤버는 이미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상당한 지명도를 지니고 있다.

그룹의 리더격인 성기완(보컬&기타.33)은 대중음악평론가와 록밴드 "99"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가요계의 멀티플레이어.98년 시집 "쇼핑 갔다 오십니까"를 발표한 시인이기도 하다.

인디밴드 "허클베리핀"의 보컬리스트였던 남상아(보컬&기타.27)는 카리스마적 매력으로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화 "질주"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아 독특한 연기를 보여줬다.

베이스의 박현준(32)과 드럼의 김상우(26)도 각각 "99"와 "허클베리핀"에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서로 음악적 성향이 달라 처음엔 갈등도 없지 않았어요. 녹음 작업을 마치고 나서야 어느 정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잡힌 것 같습니다"(성기완)

모두 12곡을 담은 이번 앨범에서 3호선 버터플라이는 실험적면서도 자유분방한 음악을 들려준다.

멤버 전원이 작사.작곡에 참여해 한 장르에 치우치지 않는 다양한 음악세계를 펼쳐보인다.

특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악들을 진지하게 이어붙인 점이 눈길을 끈다.

변화무쌍한 리듬에 기타의 효과음이 적절히 섞여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준다.

"모던록을 기반으로 기타의 노이즈(잡음)를 폭넓게 활용했어요.
정형화된 사운드 보다는 새로운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어요"(박현준)

타이틀곡 "꿈꾸는 나비"(곡.글 성기완)는 포크 성향이 강한 록 발라드.기묘한 울림의 중성적인 목소리가 인상적인 남상아의 보컬이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디스토션을 잔뜩 걸어 노이즈로 가득한 기타 사운드를 들려주는 "말해줘봐"도 귀를 사로잡는다.

이밖에도 "커밍아웃""걷기만 하네""비단사슴"등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기존 주류 음악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독창적인 곡들이 신선한 느낌을 준다.

글=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