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브루나이를 방문 중인 김대중 대통령은 15일 하룻동안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한반도 주변 4국 정상들과 잇따라 회담을 가졌다.

김 대통령은 이들 4개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상호 교류확대와 함께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저녁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남북한이 주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이를 미국과 중국이 지지하는 ''2+2'' 방식의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 조명록 특사의 방미와 미국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결과를 설명했다.

이어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방북과 관련, "미사일문제에 대한 북한측의 태도 등 제반요인을 감안해 방북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에 앞서 열린 모리 일본 총리 및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와의 정상회담에서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기로 의견일치를 보았다.

모리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오는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로 양국간 항공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김포공항과 하네다공항을 연결하는 셔틀항공노선을 개설키로 합의했다.

장쩌민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는 지금까지 경제통상위주였던 한중관계를 정치 군사부문으로 까지 확대하는 ''전면적 협력관계''로 발전시켜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남북한에 복원키로 합의한 경원선을 러시아의 TSR(시베리아 횡단철도)과 연계시키는 방안이 협의됐다.

한편 APEC 정상회의는 이날 개막돼 공식환영식과 의제브리핑, 정상만찬 등의 일정이 이어졌다.

21개 회원국들은 16일 두 차례의 정상회의를 통해 지식정보화강화 다자무역체제강화방안 등을 논의한 뒤 정상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또 최근의 남북관계진전을 지지하는 의장성명도 채택한다.

브루나이=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