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우리를 성숙케하는 것들 .. 정은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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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 왔지만 나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또 그것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른다.
어쩌다 여러 가지 상념 속에서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오래 뒤척이는 날이면 일어나 아이가 자는 방에 가서 그 아이의 발을 오래 만져주고 돌아와서 또 잠이 찾아주겠거니 하고 기다려 볼 뿐이다.
많은 시간을 가정이 아닌 밖에 나와 일을 해왔던 관계로 정말 소중한 것에 대해 소홀하지는 않았는가 뒤돌아 보곤 한다.
다행히 가족들은 모두 건강하고,특히 늘 마음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
고향엔 친정의 부모님이 계시고,시어머니는 우리들을 위해 무엇을 더 해줘야 하는지 늘 마음을 쓰신다.
그러고 보니 친정아버님이 편찮으신 것이 마음의 한 곳을 아프게 쑤셔온다.
나에게는 늘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더구나 그 일은 늘 산적해 있다.
나는 일을 하는 동안이 제일 행복하다.
일이 주는 긴장과 스트레스가 나를 깨어 있게 한다고 느낀다.
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일에 대한 성취욕이 비교적 강하다.
그런데 이 점은 바로 우리 부모로부터 보고 배우고 그렇게 물려받은 것으로,나는 내 아이에게도 이런 점이 이어지기를 내색은 않지만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다.
생각해보면 시간은 우리를 위해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언제인가 우리는 이 모든 소중한 것들과 헤어질 것이다.
나의 마음씀은 시간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우리 삶은 많은 가변성과 위기로 둘러싸여 있다.
가령 멀리 돌아볼 것도 없이 유가(油價)를 한번 생각해보자.당장 내 마음은 덜컹 내려앉는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소비량이 세계 6위라 한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차를 두고 전철을 타면 다 해결되는가.
나는 숨이 가빠온다.
왜 우리는 이처럼 임박해서야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는가.
당장 제2의 구제금융사태 같은 것이 올 수 있다는 예측들은 우리를 더 우울하게 한다.
고대 인도의 어느 왕은 인생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신하들에게 반지에 적어넣고 늘 위로받을 수 있는 말을 하나씩 정해서 뽑아 올리라고 청했다고 한다.
그때 채택된 말은 ''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다''는 문구였다고 한다.
과연 그렇다.
그리고 어느 무명 시인은 이 말에 감화돼 다음 시를 적었다고 한다.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건/이 현명한 말을 기억하라/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다!(중략)/너무 기뻐하지도 말고 너무 낙담하지도 말라/지혜롭게 판단하라/하늘이 푸를 때는 먹구름을 예상하고/어둠 속에서는 환한 빛을 기다려라/오늘 그대의 하루가 어떠할지라도/기억하라,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지나가는 삶을 붙잡고 또 마땅히 지나갈 것에 얽매여 이 평범한 진리를 도외시하고 살아가고 있다.
와야 할 것이 안 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또 머물러야 할 것들이 떠나는 데 대해 슬퍼하면서 우리는 결락(缺落)의 아픔에서 잘 헤어나지 못 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하곤 한다.
어떤 일이 닥쳐오면 과연 이것이 지나간 후에 어떤 결과가 있을 것인가를.그래서 눈앞의 어떤 즐거움보다는,더 깊은 곳에 있는 참된 부분에 더 의미를 부여하겠노라고 생각해 보곤 한다.
내게 그런 부분은 언제나 가족이고,또 내가 하는 일이고,또 이런 과정을 통해 남에게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되겠다는 작은 다짐이다.
왜냐하면 나의 삶,나의 일,나의 가족이 소중한 만큼 남의 삶과 남의 자유도 소중한 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나보다는 남을 배려할 때 내가 더 평안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관념적으로는 아니지만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본원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 이기주의를 갖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동력이 돼 인류의 삶을 꾸려온 것이 아닌가.
바야흐로 본격적인 가을이다.
단풍이 도심을 물들이고 있다.
그 누구에게도 이런 가을이 영원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순간 가을을 폐부 깊이 만끽하자.
suk@maumsan.com
...............................................................
◇필자 약력=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출판사 마음산책 주간
△시집 ''비밀을 사랑한 이유''''나만의 것''
어쩌다 여러 가지 상념 속에서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오래 뒤척이는 날이면 일어나 아이가 자는 방에 가서 그 아이의 발을 오래 만져주고 돌아와서 또 잠이 찾아주겠거니 하고 기다려 볼 뿐이다.
많은 시간을 가정이 아닌 밖에 나와 일을 해왔던 관계로 정말 소중한 것에 대해 소홀하지는 않았는가 뒤돌아 보곤 한다.
다행히 가족들은 모두 건강하고,특히 늘 마음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
고향엔 친정의 부모님이 계시고,시어머니는 우리들을 위해 무엇을 더 해줘야 하는지 늘 마음을 쓰신다.
그러고 보니 친정아버님이 편찮으신 것이 마음의 한 곳을 아프게 쑤셔온다.
나에게는 늘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더구나 그 일은 늘 산적해 있다.
나는 일을 하는 동안이 제일 행복하다.
일이 주는 긴장과 스트레스가 나를 깨어 있게 한다고 느낀다.
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일에 대한 성취욕이 비교적 강하다.
그런데 이 점은 바로 우리 부모로부터 보고 배우고 그렇게 물려받은 것으로,나는 내 아이에게도 이런 점이 이어지기를 내색은 않지만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다.
생각해보면 시간은 우리를 위해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언제인가 우리는 이 모든 소중한 것들과 헤어질 것이다.
나의 마음씀은 시간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우리 삶은 많은 가변성과 위기로 둘러싸여 있다.
가령 멀리 돌아볼 것도 없이 유가(油價)를 한번 생각해보자.당장 내 마음은 덜컹 내려앉는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소비량이 세계 6위라 한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차를 두고 전철을 타면 다 해결되는가.
나는 숨이 가빠온다.
왜 우리는 이처럼 임박해서야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는가.
당장 제2의 구제금융사태 같은 것이 올 수 있다는 예측들은 우리를 더 우울하게 한다.
고대 인도의 어느 왕은 인생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신하들에게 반지에 적어넣고 늘 위로받을 수 있는 말을 하나씩 정해서 뽑아 올리라고 청했다고 한다.
그때 채택된 말은 ''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다''는 문구였다고 한다.
과연 그렇다.
그리고 어느 무명 시인은 이 말에 감화돼 다음 시를 적었다고 한다.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건/이 현명한 말을 기억하라/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다!(중략)/너무 기뻐하지도 말고 너무 낙담하지도 말라/지혜롭게 판단하라/하늘이 푸를 때는 먹구름을 예상하고/어둠 속에서는 환한 빛을 기다려라/오늘 그대의 하루가 어떠할지라도/기억하라,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지나가는 삶을 붙잡고 또 마땅히 지나갈 것에 얽매여 이 평범한 진리를 도외시하고 살아가고 있다.
와야 할 것이 안 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또 머물러야 할 것들이 떠나는 데 대해 슬퍼하면서 우리는 결락(缺落)의 아픔에서 잘 헤어나지 못 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하곤 한다.
어떤 일이 닥쳐오면 과연 이것이 지나간 후에 어떤 결과가 있을 것인가를.그래서 눈앞의 어떤 즐거움보다는,더 깊은 곳에 있는 참된 부분에 더 의미를 부여하겠노라고 생각해 보곤 한다.
내게 그런 부분은 언제나 가족이고,또 내가 하는 일이고,또 이런 과정을 통해 남에게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되겠다는 작은 다짐이다.
왜냐하면 나의 삶,나의 일,나의 가족이 소중한 만큼 남의 삶과 남의 자유도 소중한 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나보다는 남을 배려할 때 내가 더 평안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관념적으로는 아니지만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본원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 이기주의를 갖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동력이 돼 인류의 삶을 꾸려온 것이 아닌가.
바야흐로 본격적인 가을이다.
단풍이 도심을 물들이고 있다.
그 누구에게도 이런 가을이 영원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순간 가을을 폐부 깊이 만끽하자.
suk@maum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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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출판사 마음산책 주간
△시집 ''비밀을 사랑한 이유''''나만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