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사재출자와 현대상선의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총 6천3백억원의 자금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현재상황으론 실현 가능성이 극히 의문시되고 있다.

이제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의 이런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현대문제의 조기처리 여부가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도 확실한 처리스케줄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현대사태는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더하면서 갈수록 꼬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몽헌 회장이 계열사 지분을 전부 포기할 경우 지배고리가 끊어지는 데다 현대상선도 현대건설의 자구를 위한 지분 매각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6일 발표된 건설 자구계획은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또 현대건설이 5천억원이상의 사모사채를 발행할 것임을 밝히고 있으나 기대대로 매입자가 나설지 미지수다.

정 회장의 사재출연만으론 은행이 요구하는 3천8백억원의 필수적인 추가자구액을 충당하기엔 3천억원이나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룹 구조조정위원회는 상선 등 그룹계열사들의 건설지원을 독려하고 있으나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는 정 회장이 공식적으로는 그룹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인 데다 최근들어 제도적으로 독립경영 체제가 대폭 강화됐기 때문에 계열사 전반에 대한 장악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시장이 관심을 기울여온 현대전자 매각을 통한 자금조달도 현대전자의 부채규모와 반도체 폭락장세 등으로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 현대상선의 계열사 지분 매각 =현대상선의 중공업 및 전자 지분 매각은 기존 제시된 자구안중 가장 강도가 높은 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규모면에서 그렇고 정 회장의 다른 지분 포기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현대상선의 반발로 구조조정위원회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현대상선 재무담당 김종헌 이사는 "회사는 주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하고 (부실화된) 건설을 지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김 이사는 "만일 상선이 전자와 중공업 주식을 팔아서 건설을 지원했을 경우 회사 경영진들이 배임혐의로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제기당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또 이 주식을 팔더라도 그 자금을 회사 차입금 상환을 위해 사용할 것이지, 건설 지원을 위해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건설과의 관계를 끊어버려야 한다는 임원진과 사원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대목이다.

현대상선의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어떤 방법으로든지 상선이 건설을 지원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이러한 가능성마저 실현불가능한 일로 일축하고 있다.

◆ 독립을 향해 가는 현대전자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또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현대전자의 매각 또는 전자가 갖고 있는 타 회사의 지분을 파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전자는 이같은 계획의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선 매각이 어렵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황이 안좋아 쉽게 원매자를 찾기도 어렵고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