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회장이 보유주식을 모두 팔겠다고 발표한데 대해 정부와 채권단은 판단을 보류하면서도 흡족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을 받다 소식을 들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보고받지 못했다"고만 말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봐야 겠지만 조금식 흘리는 식이라면 논평할 성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이연수 부행장은 "현대건설의 자구안에 대해 협의한 적도 없고 공식적으로 받은 바도 없다"고 평가자체를 거부했다.

그는 "시장이 자구안의 현실성을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이 보유주식을 팔아 8백20억원 정도를 마련하더라도 3천억원 정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현대가 더 마련해야할 자구대금을 3천8백억원 정도로 잡았었다.

게다가 정 회장의 지분매각은 그동안 채권단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다.

현대건설 7.82% 현대전자 1.7% 현대상선 4.9% 현대상사 1.2%등의 지분을 팔아자구대금을 마련,유상증자에 참여하라는 "사재출연" 요구에 대한 답변은 그리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서산간척지 매각으로 좁혀진다.

현대건설은 서산간척지를 팔아서 적어도 3천억원가량 자금을 확보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기로에 서있다.

현대건설은 정부측에 6천억원대에 사줄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이와관련 채권단은 현대건설측에 "정몽준 현대중공업회장이나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등 정씨 일가가 1천억원 가량씩 내 분할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씨 일가측의 현대건설 지원은 아직까지 가시화되지 않았다.

정몽헌 회장은 가족들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행보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시장의 평가가 미지수다.

당장 삼성생명은 오는 9일 만기가 돌아오는 2백50억원의 대출금을 회수할 태세다.

아직 최종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현대건설은 이날부터 되사줄 것을 요청하는 풋옵션 행사가 가능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9백억원어치의 상환자금도 마련해야한다.

또 이날 만기가 되는 4백34억원의 자금중 2백14억원은 은행권이 만기연장 해줬지만 진성어음과 공모사채 2백20억원은 자체 자금으로 결제해야할 형편에 몰린 상황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밖에도 대주주의 감자(감자)와 출자전환에 대한 동의서를 반드시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감자와 출자전환은 정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사전 준비조치성격이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