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의 첫 해를 맞아 미국의 유통업체 월마트가 제너럴모터스와 포드, 그리고 엑손모빌 등을 한꺼번에 모두 건너뛰어 올해 미국 최대 매출기업으로 부상할 것이란 소식이다.

이는 지난 수십년간 지속돼온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소비자에 대한 장악력 우위 확보 경쟁에서 드디어 유통업체가 이겼음을 상징한다.

이는 또한 그 동안 세제라든지 일반 식품, 그리고 잡화품 등 비교적 저렴한 생활용품 분야에서 계속 확산돼온 PB브랜드, 즉 제조업체의 브랜드가 아닌 유통업체의 사적 브랜드 제품의 이용도 증가추세가 자동차와 전자전기제품 등 고가품 분야로 확산될 것임을 예고하는 듯하다.

실제로 세계 자동차 분야 전문가들중에는 기존 자동차회사들이 조만간 월마트처럼 될 것이라고 예견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그러니까 자신은 신차 개발이나 판매, 마케팅만 담당하고 그 모든 제조행위는 아웃소싱, 즉 다른 회사를 이용한 하도급 생산으로 해결하는 사례가 일반화될 것이란 얘기다.

물론 이 때 아웃소싱을 제공하는 하도급 업체는 통상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메이커라고 한다.

이 OEM 제조업계의 세계 최고봉이 미국에 본사를 둔 솔렉트론(Solectron Corp.)이다.

세계 45곳의 생산설비에서 6만5천명의 직원을 두고 세계 57개국의 주문을 받아 한해 16조2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6천억원 가까운 순이익을 내고 있는 시가총액 34조5천억원짜리 회사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태양에너지 활용제품이 인기를 모으자 로이 구스모토라는 사람이 1977년 설립했다.

하지만 이내 실리콘밸리 붐에 편승해 벤처기업들의 각종 회로기판 주문 제작에 특화했다.

자꾸 수준 높아지는 기술력 수요에 부응해 1988년에는 코이치 니시무라(62) 현 회장 겸 사장을 제조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고이치 현 회장은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주립대학교에서 전기공학으로 학사, 석사과정을 마치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재료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IBM에서 23년간 봉직한 경력의 사람이다.

이때부터 솔렉트론은 비단 실리콘밸리의 무명 벤처기업들로부터의 주문만이 아니라 IBM은 물론 시스코, 휴렛팩커드 등 관련 업계 선두업체들로부터 일감을 따내 세계 최선두 전자제조서비스업체가 됐다.

96년부터는 연평균 무려 45%의 성장률을 기록해 단 4년만에 외형이 4.4배로 늘었다.

휴대전화, 팩스기, 회로기판의 단순 조립에서부터 대형컴퓨터, 네트워크 서버, 반도체 제조장비, 항공전자기기 제조에 이르기까지 만들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초기 단순 제조업에서 시작한 사업영역은 이제 기술자문과 글로벌 서비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OEM 제조업의 아웃소싱 중에서도 전자제품의 아웃소싱, 즉 전자제조서비스업(EMS)은 연평균 21%씩 성장해 96년 4백억달러였던 시장규모가 올해 8백80억달러로 확대됐다.

따라서 솔렉트론은 이중 약 17%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 업종의 이 같은 초고속 성장세는 가속적으로 더 빨라져 2003년에는 1천6백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때까지 동일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한다고 가정한다면 솔렉트론의 외형은 2003년 31조원을 넘어서 올해 삼성전자의 매출액보다도 20%가 더 많아질 예정이다.

한국의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OEM 하도급 업체에서 벗어나려고 그토록 애를 썼는데, 이제는 정작 무국적 글로벌 하도급 업체가 더 번성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전문위원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