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정치 무관심''이 미국대선의 막판 돌출변수로 불거져 나온 조지 부시 후보의 음주운전 스캔들까지 혼전 속으로 묻어버렸다.

지난 주말 부시 후보의 음주운전 전력이 폭로되자 정가에서는 이 사건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싱거울 정도로 그 영향이 미미했다.

이제 접전지역 표심의 향방만이 판세를 가를 열쇠로 남았다.

4일 현재 지지율면에서는 부시가 여전히 근소한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인단 수에선 고어가 더 많이 확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고어는 미국대선 역사상 세번째로 지지율에서 패배하고도 절반이상의 선거인단 수 확보로 선거에서 승리하는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다.

○…마지막 남은 변수는 누가 경합지역의 선거인단을 쓸어가느냐는 것.

전반적인 지지율이 아무리 높아도 5백38명의 선거인단 중 2백70명을 확보하지 못하면 선거에서 패배한다.

전반적인 지지율에서 열세를 보이는 고어가 백악관의 새주인이 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선거인단 수가 많은 대형주에서 고어가 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양대지역인 캘리포니아주(54명)와 뉴욕주(33명)에서 ''안정적 우세''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부시는 남부와 중부의 중대형 지역을 휩쓸고 있다.

텃밭인 텍사스(32명)를 필두로 버지니아(13명) 노스캐롤라이나(14명) 등 중남부는 거의 부시편이다.

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이 선거인단 확보현황 역시 부시가 우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후보를 결정 못한 혼전지역에 1백30~1백80명 안팎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어 ''안개속 선거전''은 계속되고 있다.

백중세를 보이는 대형 선거지역 중 오하이오(21명)만 부시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뿐 나머지 플로리다(25명) 펜실베이니아(22명) 일리노이(22명) 미시간(18명) 등은 고어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들은 선거인단 확보면에서는 고어가 이길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지난 주말의 최대 관심사는 ''음주운전 스캔들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였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무관심''이란 냉담한 반응을 보냈다.

음주운전 스캔들이 터져나온 직후인 4일 워싱턴포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음주운전 경력이 대통령 자질과 관계있다고 답한 유권자는 6명 중 1명(15%)에 불과했다.

더욱이 이 문제가 표를 던지는 데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불과 8%였다.

이번 스캔들 때문에 오히려 부시쪽으로 기울었다는 대답도 5%나 됐다.

민주당의 흠집잡기식 비열한 선거전에 염증을 느낀 반면 부시의 솔직성에 호감을 가지는 예상외의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결국 음주운전 스캔들은 ''흙탕물에서 뒹구는 비방전 선거에서는 양 후보가 오십보 백보''라는 정치 혐오증 속에 희석됐다.

○…''지지율 시계(視界) 제로''의 혼전양상은 계속되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4일 고어가 44%의 지지율을 얻어 41%의 부시를 추월했다고 밝혔다.

고어가 부시를 추월하기는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발표된 결과는 음주운전 스캔들 이전인 10월31일~11월2일 사이에 실시된 조사여서 음주운전스캔들과는 무관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나온 USA투데이 CNN 갤럽의 공동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여전히 부시가 우세했다.

부시 47%,고어 43%의 지지율로 격차가 줄긴 했지만 부시의 우위는 지속됐다.

또 MSNBC 로이터통신 조사에서도 부시 46%,고어 44%로 부시가 앞섰다.

하지만 부시는 1%포인트 줄고 고어는 2%포인트 늘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