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패션쇼핑몰들이 잇따라 도산위기에 몰리고 있다.

광주지역의 누죤패션몰은 지난 6월 문을 연지 두달만에 부도를 냈다.

지난해 문을 연 코밀(광주)도 사실상 폐점상태다.

메가트로 워드존 자이언벨리등 광주지역 5개 패션몰은 분양차질로 개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지역뿐만이 아니다.

부산 대구 인천에서도 빈사상태에 몰리고 있는 패션몰들이 속출하고 있다.

부산의 네오포스는 분양부진으로,르네시떼는 매출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구의 디자이너클럽도 상가임대 부진으로 개장이 미뤄졌다.

인천 주안의 아이존은 개점일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동대문시장 패션몰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면서 불붙기 시작한 패션몰시장에 찬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생겨난 패션쇼핑몰만도 30개가 넘습니다.이중 절반 이상은 내년 중에 문을 닫을 겁니다"(유종환 밀리오레 사장).

이대로 가다가는 쇼핑몰업계가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경영위기에 몰리고 있는 이유=지방 패션몰들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고 있는 것이 주 원인이다.

한국 패션몰의 원조는 지난 98년 하반기 설립된 동대문시장 패션쇼핑몰.

밀리오레 두산타워로 대표되는 동대문시장 패션몰은 유통시장에 돌풍을 몰고 왔다.

밀리오레측이 밝히는 지난해 상가전체 매출(추정)은 7천억원 정도.

밀리오레의 총 점포수가 1천6백개인 점을 감안한다면 1.5평짜리 한 점포에서 한햇동안 무려 4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동대문시장의 성공을 계기로 ''제2,제3의 동대문 쇼핑몰''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몰들이 전국에서 우후죽순처럼 태어났다.

''동대문쇼핑몰''의 탄생이 결국 화를 만든 불씨가 된 셈이다.

패션몰사업을 ''수지맞는 부동산사업''으로 여기는 상가개발자들이 늘어난 점도 패션몰 설립러시를 부추긴 또다른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지방에서는 부도난 백화점이나 호텔등이 잇따라 패션몰로 둔갑하기도 했다.

"패션몰 사업이 수익성 높은 부동산 임대업정도로 치부되고 말았다"는게 관계자의 지적이다.

◆부실에 따른 부작용 확산=입주 상인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인천의 정모(36·연수동)씨는 지난 5월 C상가의 1층 의류점포를 2천4백만원에 분양받았다.

그러나 점포의 하루 매출은 관리비에도 못미치는 20만원에 불과했다.

그는 "하루 14시간 이상 점포에 나와있지만 손님 구경하기조차 힘들다"며 "조만간 점포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폐점'' 또는 ''개점휴업''상태인 지방패션몰이 늘면서 정씨와 같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동대문 정보사이트인 동타닷컴의 신용남 사장은 "내년에는 전국패션몰 수가 지난해의 4배 가까이 늘어난다"며 "내년에는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살아남을 수 있는가=패션몰 출점 이전에 상권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패션몰 업체들은 수요공급의 원리를 염두에 두고 신중한 출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게 한국유통학회 최민성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패션몰을 부동산사업이 아닌 패션유통사업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상가운영에 관한 노하우 및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연구소의 김양희 박사는 "동대문시장이 성공한 것은 신속한 제품생산에다 기획 제조 판매가 한데 어우러진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지방패션몰도 동대문과 같은 자체생산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틈새시장 공략 △수출강화 △동대문상권과의 전략적 제휴 등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