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창사 1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특집 가운데 두 편의 드라마가 눈길을 끈다.

오는 12일 방송되는 ''빗물처럼''(연출 이종한,오후 9시50분)과 14일의 ''은사시나무''(연출 곽영범,오후 8시50분)가 그 것.

밑바닥 서민들의 삶을 진솔한 무채색의 언어로 풀어내는 작가 노희경과 특유의 구어체 화법을 구사,''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김수현이 각각 극본을 맡았다.

닮지 않은듯 하면서도 닮은 두 유명 작가의 작품세계를 찬찬히 뜯어볼 수 있는 기회다.

노희경은 ''빗물처럼''에서도 여전히 상처받은 영혼에 천착한다.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버림받고 선착장 단란주점의 여종업원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미자(배종옥)와 아들을 잃은 상처로 방황하는 대학 시간강사 지인(정웅인).

비가 흩뿌리는 선착장의 술집에서 만난 두 남녀는 서로의 상처를 금세 알아본다.

몸에 난 상처 때문에 지인 앞에서 움츠러드는 미자에게 지인이 건네는 한마디.

"그 정도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어요"

지난 여름 종영한 ''바보 같은 사랑''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단막극이다.

3부작으로 방송되는 김수현 극본의 ''은사시나무''는 외롭고 고단한 인생의 터널을 지나 온 아버지들의 이야기다.

정년퇴직 후 혼자서 살아가는 소도시 우체국장 출신 아버지(이순재)의 시골집으로 어머니의 제사를 앞두고 자식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명예퇴직을 당한 큰 아들(한진희)과 무능한 남편을 은근히 무시하는 큰 며느리(박정수),형에게 자꾸 부담을 주는 둘째 아들 경택(이덕화)과 큰 형을 무시하는 형수에게 항상 주정을 늘어놓는 대학병원 외과 과장인 막내 아들 경서(유동근),그리고 자신의 외로운 노년을 안쓰러워하는 두 딸.

이런 자식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정은 어떨까.

아버지는 어깨가 처진 큰 아들에게 비로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집안의 가장으로 때로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버거운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바람에 흔들리는 은사시나무의 은빛물결 처럼 애처롭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