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제는 현재 진행중인 기업구조조정 작업의 핵심이면서 처리결과에 따라 한국경제 전반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올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니고있다.

지난 27일 현대건설과 관련된 루머 하나만으로 전체 증시가 크게 출렁거렸던 것은 현대사태의 민감성을 잘 보여준 대목이다.

이날 현대건설이 SK생명에 차입금 2백억원을 전액 갚아 루머는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시장이 현대문제를 얼마나 예의주시하고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났던 사례였다.

현대건설만큼이나 예민한 뇌관은 현대증권과 현대투신의 외자유치문제.

현대는 경영권을 내주는 조건으로 미국 AIG그룹을 상대로 10억달러의 외자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문제는 AIG가 한국정부의 자금지원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정부는 "민간기업 일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

현대는 오랜 숙원사업인 금융업을 사실상 포기할 각오로 외자유치를 위해 뛰고 있지만 진전이 없어 초조해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미국에서 AIG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회장이 이번주중 귀국할 것으로 알려져 그의 귀국보따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 자구노력=현대건설은 이번주 중 1천7백억원 규모의 정주영 전명예회장 소유 회사채를 출자전환할 예정이다.

이것이 이뤄지면 현대건설은 1조6천4백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중 절반이 조금 안되는 7천억원을 이행하는 셈이 된다.

정몽헌 회장도 11월중 사재인 보유 주식을 처분해 현대건설 유상증자 참여와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23.86%중 16% 매입 등의 자구책을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 구조조정위원회는 연말까지 총력전을 펼치면 자구계획 전액은 어렵더라도 근사치에는 접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그룹으로선 출자전환을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연말까지 동원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G 외자유치=현대와 AIG간 협상자체보다는 AIG가 정부에 현대증권 등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추가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 때문에 지체되고 있다.

AIG는 2조5천억원 규모의 증권금융채권 상환기한을 오는 2003년에서 2008년까지로 연장하고 금리도 현재 연6.6%에서 연3%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이 현대증권등 3개 금융 계열사 경영권을 포기한 만큼 이제까지 "사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던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과 여러 정황상 수용할 가능성이 적다는 반론이 맞서 있지만 후자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30일 방한할 예정이었던 AIG그룹 모리스 그린버그 회장이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구조조정위 한 관계자는 "당초 AIG와 맺은 양해각서(MOU)는 1년간 현대증권 등을 공동경영하는 것이 조건이었으나 최근 경영권을 완전히 넘겨주기로 하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본계약 체결 등의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는 양해각서 체결 이후의 주가하락에 따른 AIG의 손실을 막기 위해 이 회사에 넘겨주는 현대증권 지분을 당초 27%에서 35% 이상으로 늘려주는 등 양보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계열사 동향=현대건설 문제는 정상영업중인 다른 계열사에 점차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현대전자만 해도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부채(8조5천억원)와 내년 1·4분기 회사채 만기도래분(2조원)등 자금부담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분매각설까지 나돌 정도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전자측은 "3·4분기 영업이익만 6천4백억원에 달하는데다 반도체경기가 나빠져도 64메가 D램의 경우 손익분기점이 제조원가 기준으로 3달러선이어서 영업이익을 내는 데는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전자는 부채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아래 미국 맥스터사 지분(36%)과 온세통신 등의 통신관련 보유주식을 매각,자금을 미리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석유화학은 일본 미쓰이와 지분매각협상이 결렬돼 유럽 2개업체와 다시 협의중이다.

구조조정위 관계자는 "유럽업체와 협상은 잘 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내년초에나 나올 것으로 보여 계열분리는 빨라도 내년 2월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현대상선은 현재 경영에 문제가 없으며 금강산 관광사업도 앞으로 북한-일본수교에 이은 일본인의 관광확대 등으로 수지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현대는 기대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해말 31개였던 계열사수를 현재 24개사로 줄였으며 부채도 작년말 52조5천7백억원이던 것을 50조9천억원으로 축소했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