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시장의 참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주택사정이 좋지 않고 임대관행에도 전근대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접목시킬 수 있는 점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하네다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도쿄의 한 조그만 호텔 2층 연회실.규모도 작고 편의시설도 변변치 않아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 곳에서는 지난 주말 이색행사가 하나 열렸다.

행사의 주인공은 한국에서 온 젊은 직장인들.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 30대 전후 직장인들에게 일본을 보는 안목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한 연수프로그램을 이용,일본에 와 땀흘렸던 사람들이 경험과 생각을 털어놓는 자리였다.

연수생 신분으로 3개월간 일본탐험에 나섰던 32명의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발표시간은 길지 않았다.

한사람당 대략 5~10분씩에 불과했다.

발표내용도 모두 달랐다.

기계 유화 반도체 금형조립 등의 제조업에서 인터넷벤처 방송 부동산컨설팅에 이르기까지 직종이 상이한 만큼 공통점은 많지 않았다.

자신에게 생소한 업무 이야기가 나오거나 까다로운 내용이 나올라치면 참가자들의 표정에서는 지루함도 나타났다.

하지만 발표자리에서였건 행사가 끝난 후였건 대다수의 입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빠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사무실 공장 대중교통시설,그리고 사람들 표정에까지 무언가 드러나지 않고 감춰진 것이 많다고나 할까.

부자나라라는데 흥청거리는 분위기는 보이지 않고…"

연수생들은 일본에 오기 전 서울에서 어학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그리고 일본에 와서는 기업 또는 단체 등 자신들을 받아준 곳에서 일본인들과 함께 식사하고 생활하며 바닥부터 업무경험을 쌓았다고 했다.

행사 후 한 연수생은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말했다.

"인터넷과 방송분야에서는 이제 일본과 겨뤄볼만하다고 생각했는데.그러나 실제로 와서 일본을 직접 보니…"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두나라의 차이는 뿌리(인프라)에 있는 것 같습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