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엔 신문 안나오지?"

연일 계속되는 검찰과 언론의 "금감원 때리기"로 넋이 나간 듯한 이근영 금융감독원장(금융감독위원장 겸임)은 일요일자 신문이 없는 것을 그나마 다행스러워 했다.

금융 및 기업개혁의 선봉장.그가 동방상호신용금고 불법대출에 연루된 장래찬 국장의 비리의혹으로 취임 2개월여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는 검찰이 금감원 직원들을 줄줄이 소환할 계획인데다 국정감사까지 겹쳐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주말에도 내내 회의 보고 결제로 일관했지만 당장 난국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안보인다.

이 위원장은 취임 뒤 고압적이던 금감원 검사체계를 시장친화적으로 바꾸려는 노력과 "직"을 걸고 추진해온 2단계 구조조정 의지가 퇴색될까봐 안타까워 한다.

가을 추수를 앞두고 태풍이 몰아쳐 농사를 망친 농부의 심정이라고 직원들은 말한다.

그는 일요일에 기자들과 만나 어떤 일이 있어도 "2단계 개혁은 계획대로 간다"고 강조했다.

빨리 조직을 추스려 개혁의 기수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스스로 "통렬한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적어도 내가 재임하는 동안에는 금감위와 금감원을 철저히 개혁할 것입니다."

이 위원장은 해박한 실무지식과 30여년 공직생활에서 터득한 경륜으로 한때 "준비된 금감위원장"으로 호평받았다.

하지만 대우자동차 매각무산등을 포함해 전임자들이 덮어뒀거나 저질렀던 문제가 계속 터져나오자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 지 막막한 상황이다.

"이제 마지막"이란 비장한 각오로 사태수습에 몰두하는 이 위원장에게 한가닥 기대를 걸어본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