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부문의 역할 ]

김홍경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전체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한국으로선 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근본을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다.

특히 에너지나 물과 같은 기본적인 자원의 공급 및 관리는 국민의 기초 후생조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부나 공공부문이 어느정도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에너지 분야에선 경제발전과 산업경쟁력 유지를 위해 저유가 정책을 유지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산업의 제조원가에서 에너지 비용은 평균 3%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의 논리만을 적용한다면 에너지 관리나 에너지 효율화는 전적으로 생산자의 재량과 "경제적 합리성"에 근거해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의 문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고도화와 함께 전지구적인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개별 생산자가 발생시킨 환경비용을 오염자의 비용에 내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근거를 가지게 됨에 따라 에너지 자체도 예전과 같이 제조원가의 개념에서 환경적 속성이 더욱 강해지게 됐다.

점차적으로 에너지는 단순한 경제재 혹은 공급을 확보라는 의미에서의 공공재라는 속성만이 아니라 환경을 고려한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됐다.

이러한 전체적 흐름의 한 가운데에 존재하는 것이 기후변화협약이다.

기후변화협약은 단순히 경제적인 원가논리만으로 에너지를 볼 것이 아니라 지구환경의 보호와 미래세대의 편익의 보호라는 두 가지 논리를 추가적으로 제공한다.

한국은 산업화가 최근 30년 동안 집중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산업혁명 이후 줄곧 화석연료를 사용해온 선진국의 구분에서 빠지게 됐다.

기후변화협약에서는 적어도 개도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ECD 회원국이며 고소득국가로 분류되는 한국이 언제까지나 기후변화협약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나름대로의 전략과 장기계획 하에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대응체계를 갖추고 준비해나가야 한다.

일반적 상품과는 달리 에너지 분야,특히 에너지 효율화나 대체 에너지 개발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한 투자효율성 만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복잡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또 한국이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기술개발 능력에 대한 확충도 필요하다.

내부적 목표를 갖고 차분히 준비해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있어 눈앞의 과제로 다가온 기후변화협약 6차 당사국총회 이후의 국내 기후변화협약 대응체계 구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