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처리가 지나치게 경직적이고 자기들 편의위주입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고 있는 피감기관 사람들이 내뱉는 소리다.

최근 A은행 관계자는 모 증권사와 업무제휴를 추진하다가 금감원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다며 전화로 제휴를 중단하라고 하더군요.
구체적인 지침을 서류로 달라고 하니까 지도사항이라면서 윽박지르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금융가엔 ''금감원은 감독기구라기보다 권력기구''라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국감 때문에 자료 ''협조'' 요청을 받았던 B생명보험사 임원.

"똑같은 자료를 이 국회의원에게도 주고 저 국회의원에게도 줬습니다. 심지어 회사이름 설립일 자본금까지도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하니 어처구니 없을 뿐입니다"

금감원과 접촉하는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늘 부림을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사후가 두려워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다.

C관계자의 말이다.

"금융기관을 감독한다고 하면서 기본적인 개념조차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이익잉여금 계정을 보고 누적결손금 계정은 어디 있느냐고 묻더군요. 어떤 땐 기초지식까지 첨부해 자료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감독기관의 뿌리깊은 권위주의에다 경직성 및 전문성 부재까지 맞물리다 보니 업무처리는 늘 시장의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

D증권사 관계자의 하소연.

"금감원에 내는 서류는 절대 한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특히 인가서류는 10차례 이상이 보통입니다. 뭐가 미비하다, 뭘 보완하라며 질질 끌기 예사죠"

사정이 이쯤되자 금융기관 사람들은 금감원 직원들이 딴 걸 바라지는 않나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금감원의 업계 딴지걸기는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었다.

E기관은 지난 상반기중으로 계획했던 투신운용사 설립을 이제서야 추진하고 있다.

"무엇을 새롭게 해보겠다고 하면 부실 금융기관부터 인수하라고 해 도무지 일을 진행하기가 겁난다"는게 실무자의 설명이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