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탄 실망 분노 허탈….

김대중 대통령의 ''입''인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런 단어들을 11번 사용했다.

지나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용어선택에 신중한 박 대변인의 브리핑으로서는 이례적인 것이다.

김 대통령은 이날 아침 신문을 보고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는게 박 대변인의 전언이다.

그래서 그런 용어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동방상호신용금고 불법대출 사건의 핵심인물인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의 벤처기업인답지 못한 ''재벌 놀음'' 때문이었다는 것.

벤처기업 육성에 많은 관심을 가진 김 대통령이기에 실망도 컸다는 얘기다.

김 대통령은 벤처기업인이 20여개의 계열사를 갖고 마치 재벌처럼 행동한 것이나 도덕적 불감증을 넘어 불법.탈법을 서슴지 않은 것은 모험과 도전정신을 생명으로 하는 벤처사업가의 길을 포기한 것이라는 생각에서 실망을 넘어 허탈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아침보고를 위해 관저를 찾은 박 대변인에게 "어떻게 이런 행태를 할 수 있는지 실망스럽다"며 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벤처기업에 미래가 있다는 생각에서 관련 행사에 모두 참석하고 정성을 다해 지원하고 격려했는데…"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것.

김 대통령은 "이번 사건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허탈해 할 것이냐"며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이로 인해 벤처로 대표되는 지식정보화 사업이 타격을 받거나 미래산업전략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이번 사건으로 선의의 벤처정신과 건전한 벤처기업인들의 피해나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