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의 장수영 사장은 36세로 젊다.

미남이다.

게다가 요즘같은 불경기에도 하루에 꼬박 2억원씩을 번다.

그야말로 억세게 운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보면 단지 운이 좋은 게 아니란 걸 알아차리게 된다.

그는 남다른 전략을 가졌다.

그의 첫 전략은 판단을 내리면 결코 망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사장이 처음 사업을 시작한 건 지난 95년초.

ROTC 대위로 제대한 그는 애초부터 월급쟁이가 되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

남들이 취직공부에 바쁠 때 그는 시장을 찾아나섰다.

당시는 전국에서 대형할인점이 막 생겨나던 시기였다.

그는 사업발판을 다지려면 먼저 할인점에 납품하는 장사를 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여성소비가 급증세인 점을 감안,아이템은 화장품으로 정했다.

친지들이 출자한 돈으로 서울 방이동 주아빌딩 2개층을 빌려 아자리아란 회사를 만들어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첫해에 그는 매출 1백억원을 올려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할인점 영업은 더 이상 급성장을 하긴 어렵겠다는 판단이 섰다.

마침 발명가인 정진열씨가 유통업계에서 소문을 듣고 장사장을 찾아왔다.

정씨가 제시한 특허기술은 자외선 차단 모자였다.

장사장은 "그 모자를 보는 순간 뭔가 가슴에 팍 와닿는 느낌을 가졌다"고 얘기한다.

동양인들은 얼굴이 타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이건 틀림없이 팔린다는 결정을 내렸다.

장사장은 당장 1억원을 주고 그 모자의 특허권을 샀다.

지난해 4월 일성인터내셔날이란 회사를 설립,주저없이 화장품에서 모자사업으로 건너갔다.

송파에 50평짜리 공장에서 만든 자외선 차단 모자는 그날 저녁이면 동이났다.

석달 뒤 경기 광주에 대지 1천평에 건평 4백평의 특수모자 공장을 차려 이전했다.

그럼에도 장사장은 모자하나만으론 지속 성장이 힘들거라고 느꼈다.

이때 금오공대 출신의 박민수 연구원이 찾아왔다.

그는 장사장에게 특이한 제안을 했다.

자신을 채용해주면 여러가지 신제품을 개발해주는 대신 급여는 사장과 같은 수준이어야 한다는 겨였다.

장사장은 첫대면에서 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박연구원이 개발해낸 첫 작품은 컴퓨터 음이온 청정기.

컴퓨터가 5평 정도의 실내공기를 정화시켜주는 장치다.

이는 이미 삼보컴퓨터에 납품되기 시작했으며 로열티를 받고 정문정보에 제조 판매권을 이양했다.

일성인터내셔날은 지난 20일 정보통신(IT)전문업체인 루트 아이앤씨와 합병했다.

양측은 오는 11월중순까지 법적인 절차를 밟는다.

쌍방향통신 디지털영상장치 네트워크장비등을 공급하는 루트아앤씨와 특허기술 및 영업력을 갖춘 일성이 합병,종합 IT업체로 부상한 것이다.

이번에 합병한 루트의 자산규모는 약 1천억원 수준.

장사장은 모자사업을 시작한지 1년반만에 1천억원을 번셈이다.

루트는 내달초 미국으로부터 1천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하고 일본 도쿄에 현지법인도 설립한다.

장사장은 지금도 시장에 나서면 돈이 눈에 보인다고 얘기한다.

왜 그의 눈에만 돈이 보이는 걸까.

자세히 분석해보면 장사장이야말로 벤처시대에 맞는 5가지 전략을 모두 가졌기 때문이다.

첫째 망설이지 않는다.

둘째 기술가치를 인정한다.

셋째 개발인력을 우대한다.

넷째 빠르게 변신한다.

다섯째 M&A를 활용한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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