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가스장치와 서스펜션을 만드는 미국의 "어빈메리터".

이 회사는 지난 3일 두시간 동안 사출성형(injection-molded) 플라스틱 부품을 코비즌트(Covisint.com)를 통해 경매로 구입했다.

코비즌트는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빅3가 공동출자해 만든 세계 최대의 자동차업체 및 부품업체간 전자상거래망.

지난 2월말 설립된 후 7개월여만에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코비즌트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설립했지만 미국업체만 참가하지 않는다.

빅3 외에 프랑스의 르노, 일본의 닛산 등과 델파이 다나 리어 등 세계적 부품업체 40개가 참여하고 있다.

국내 대우자동차도 커스터머로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코비즌트에 전달해 놓은 상태다.

현대자동차도 장기적으로 이 전자상거래망에 참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가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벌인후 내년 하반기까지 르노삼성자동차와 대우자동차를 참여시키고 다시 이를 코비즌트에 연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는 이를 위해 자동차공업협회가 주관해 진행하고 있는 자동차전자상거래망 KNX를 활용할 계획이다.

코비즌트는 부품업체에 이어 다음달부터 일반 완성차업체의 경매를 본격 취급한다.

GM 포드 다임러 르노 등 완성차업체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부품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를위해 이들은 최근 인터넷을 통해 구매 부품의 품목과 기준 선정 등 준비작업을 마쳤다.

완성차업체들이 부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할 경우 세계 자동차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체들은 이 사이트를 이용함으로써 부품을 저렴한 가격에 적기공급받을 수 있다.

반면 부품업체들은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힐 수 있다.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협력업체 관리(SCM)와 차량 공동 개발 등을 통해 품질향상은 물론 원가절감을 꾀할 수도 있다.

자동차업계는 코비즌트를 통해 완성차는 3백68달러, 부품업체는 6백95달러의 대당 투입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비즌트는 완성차업체들의 부품 구매가 시작될 경우 정보 유통량이 엄청날 것으로 보고 미국정부가 주관해 벌이고 있는 초고속자동차 정보통신망인 ANX를 활용할 계획도 세워 놓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완성차업체들이 인터넷으로 부품을 본격적으로 공급받으면 원가절감, 품질향상으로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코비즌트에 대한 낙관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일부 유럽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BMW 등은 독자적인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구축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일부 협력업체들은 이 사업이 자동차메이커가 부품업체의 단가를 인하시키는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며 참가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GM과 포드 다임러가 각기 다른 설계도면의 형식을 사용하고 있고 부품공용화도 이뤄지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전,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위치 등을 감안하면 코비즌트가 세계 자동차 업계의 부품조달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단 잔코비치 코비즌트 대변인은 내년부터 자동차업체와 부품업체에 가입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말까지 부품업체 7천개를 가입시킬 예정이며 현재 2천4백억달러에 이르는 빅3의 구매를 이 사이트로 흡수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은 글로벌 소싱이라는 관점을 시급히 확립하고 부품 표준화와 품질개선을 통해 전세계 부품구매 시스템의 급속한 통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