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화국이 추진한 대부분의 굵직굵직한 사업과 정책들이 부실화되거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고속전철 율곡사업 등은 제대로 추진이 되지 못한채 수정됐고 비리 등으로 인해 경제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

금융부문은 어떤가? 그 당시 새로 허가된 은행은 IMF사태이후 제1착으로 퇴출대상이 되는 비운을 맞았다.

그리고 증권분야에서 제일 눈에 띄는 조치였던 소위 12·12 증시부양책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한은의 지원을 받은 은행들이 투신사에 자금을 대출하고,이 자금으로 투신사가 무제한에 가깝게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증시를 부양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이 조치는 결국 잘 나가던 3대 투신의 부실로 귀결됐다.

10년이 넘은 지금 우리는 금융구조조정을 통해 이 부실을 해결하느라 끙끙대고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 경제에서 소위 ''증시부양책''이라는 것이 제대로 먹혀 들어간 적은 별로 없었다.

주가가 떨어지기만 하면 반사작용처럼 발표되는 증시부양책은 대개 반짝 장세를 이끌어내 큰손들이나 기관들이 보유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난 뒤 금방 약효가 수그러들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혹시나 하고 지켜보다 증시가 하락의 늪으로 빠져든 뒤에야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증시부양책은 앞으로 증시사정이 한동안 힘들 것 같다는 정부의 자기고백에 가까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 주가하락은 우리를 특별히 긴장시키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유가 사태,그리고 반도체 가격의 하락이라는 두가지 악재는 우리 경제에 핵폭탄이다.

한은의 발표에 따르면 이 두가지 악재에다 정보통신기기가격의 하락이라는 세번째 요인만 가지고도 우리의 경상수지는 1백12억달러가 악화되리라고 한다.

그러니 외화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우리 경제를 강타한 IMF위기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작년 대우사태 이후 조용한가 싶던 현대건설의 위기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의 증시부양책이 다시 나왔다.

이 조치의 요체는 연기금·보험 등이 주식을 더 많이 살 수 있도록 하고,기업의 자사주매입 한도를 늘려주며,자사주매입으로 인한 손실분에 대해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주식의 매수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 자체야 막혔던 것을 풀어준다는 의미에서라도 환영할만하지만 과연 최근 증시를 둘러싼 각종 악재를 얼마나 해소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증시부양책은 경제 전체적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각종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고 혼선 없이 추진하여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감소시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증시부양책을 여러 가지 내놓기 전에 증시를 둘러싼 제반 여건을 개선시킴으로써 호재를 더욱 키우고 악재의 영향력을 감소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건설의 출자전환 문제를 둘러싸고 투자자를 헷갈리게 하고,성급히 발표된 신도시 계획이 여당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될 상황인데도 ''그래도 우리는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하고,대우차 한보철강이 ''금방 팔릴 것''이라고 하다가,어느날 갑자기 ''매각이 무산됐다''고 발표하는 등의 정책혼란이 이어지는 한 증시의 안정은 요원한 얘기다.

''고유가''와 ''반도체값 하락''이라는 악재에 대해서도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악재가 우리 증시에 미칠 영향력을 최대한 완화시킬 수 있는 각종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식의 매수여력 확충조치만 해도 그렇다.

이는 증시의 상황과 큰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따라서 주식가격이 떨어질 때만 호들갑을 떨며 내놓을 성질이 결코 아니다.

증시부양책이 따로 발표되지 않는 상황,오히려 정부의 모든 정책발표와 추진 자체가 증시안정책으로 작용하는 그런 상황이 하루속히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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