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음식문화와 서양의 음식문화를 가르는 차이점 중 대표적인 것이 상차림 방법이다.

우리 상차림은 상 하나에 갖은 음식을 올려 놓고 먹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는 차림인데 반해 서양의 상차림은 전채(애피타이저)-본식(메인)-후식(디저트)의 코스로 한 접시씩 서빙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는 차림이다.

요즘은 한식도 코스별로 서빙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코스로 음식이 나올 때는 전채 요리로 입맛을 돋우고 본 요리로 식욕을 채우고 후식으로 입맛을 정리한다는 기본 원칙이 있다.

이 원칙으로 볼 때 우리 음식의 가장 소박한 후식은 누룽지와 숭늉이다.

음식의 전체 구성을 볼 때 육류보다는 야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 따뜻하면서 구수한 누룽지와 숭늉은 우리 식으로 입맛을 개운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음식에도 제대로 된 후식이 있다.

얼마 전에 궁중요리 전문가인 한복려 원장이 "한식 코스 요리"라는 책자를 내면서 코스별 메뉴를 제안했는데 멋지고 맛있는 후식들이 많이 소개됐다.

이 책에서 제안한 코스 요리 몇 가지를 보면,마른 안주와 석류탕,갈비찜구이와 수삼 채소생채,3첩 반상,쌀강정과 배숙을 가을용으로,삼합미음과 백김치,대하찜,곰탕과 섞박지,두텁떡과 유자화채를 겨울용으로 제안하고 있다.

튀긴 쌀을 엿으로 버무려 네모나게 만든 쌀강정은 고소하다.

매콤한 생강 냄새가 배인 배숙은 시원하다.

이 고소함과 시원함은 갈비찜의 진한 맛을 싸하게 다스려주는 효과를 보기 위함이다.

또한 대하찜과 곰탕의 담백함에는 두텁떡과 유자화채의 달콤함을 보태 기분 좋게 입맛을 마무리하기 위함이다.

이외에 은은한 맛의 녹차나 식혜,수정과,화채 등의 음료류와 그에 곁들이는 증편,주악,경단,약과,율란,유과,다식,정과,과편 등의 후식은 대개 연한 맛을 지니고 있다.

결코 나대지 않고 안으로 스며드는 이 맛들은 정성 들여 만든 전채와 본식의 맛을 소중히 간직하게 하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그에 비해 서양의 디저트는 강하다.

보기만 해도 저절로 칼로리 계산이 나올 정도로 단맛이 강하고 색색의 과일이나 허브를 사용해 눈에 보이는 장식성이 강하다.

차갑거나 혹은 뜨겁게 입맛을 정리해버리는 온도 또한 강하다.

흔히 단맛(sweet),풍미(Savour),과일(Fruit)의 3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디저트.

그 말이 "다 먹은 뒤 접시를 내린다"는 뜻의 데세르비르(desservir)에서 유래했다고 하지만 서양의 디저트들을 보면 본 요리의 마무리라기보다는 본 요리의 다음 코스로 봐야 할 정도로 예술이다.

따뜻한 디저트로는 수플레(영화 "사브리나"에서 오드리 헵번이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성공한 요리),바나나 플램베,크레이프 수제트,티라미수,치즈케이크 등이 있다.

차가운 디저트로는 바바루아,푸딩,무스,젤리,아이스크림,셔벗 등이 있다.

이외에 각종 초콜릿과 쿠키,치즈,과일 등이 차나 커피와 함께 디저트 메뉴에 들어 있다.

입에 넣지 않고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디저트.

이탈리안 레스토랑 "본 뽀스또"의 딸기 시럽을 얹은 크림 무스,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쿠치나"의 티라미수, 중식당 "빠진"의 망고 푸딩,"라 볼파이아"의 생크림과 레몬을 얹은 파나코타, 일식 집 "서린"의 아이스크림 튀김(아이스크림에 찹쌀 옷을 입혀 순식간에 튀겨 내는 데 뜨거운 튀김옷과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입안에서 뒤섞이며 달콤함과 고소함,뜨거움과 차가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같은 그런 디저트야말로 세상을 즐겁게 하는 음식이 아닐까.

글 신혜연(월간 데코 휘가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