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 입구에 들어서자 "학바위"라 불리는 거대한 바위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육당 최남선은 일찍이 "흰 맛,날카로운 맛,신령스런 맛이 있다"고 칭송했다.

고불총림 백양사는 바로 백암산 학바위 밑에 세워진 호남 최대의 고찰이다.

백제 무왕때 지은 것으로 알려진 백양사는 화려한 절은 아니다.

출입이 가능한 곳도 대웅전과 극락보전 등 몇 곳에 불과하다.

당우의 상당 부분이 선도량으로 사용돼 담너머로 슬쩍 구경하는 게 고작이다.

기와나 단청도 1천3백년의 역사만큼이나 고색 창연하지도 않다.

개.보수한 지 얼마 안된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참배하러 온 신자가 아니라면 별다른 감흥을 얻기 어려운 절이다.

색다른 점이라면 대웅전이 입구 정면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산의 정기를 받기 위해서인지 입구 우측 학바위쪽에 위치해 있다.

백양사의 운치는 역시 단풍이다.

백양사 입구에서 쌍계루까지 이어지는 도로 좌우변의 단풍 터널은 호남제일의 경관이다.

붉게 탄 불길은 10월말부터 11월초에 절정을 이룬다.

장성 백양 단풍은 다른 산에서 보기 힘든 애기단풍이다.

단풍잎의 크기가 적게는 어린아이의 손톱만한 것부터 크게는 어른 엄지손톱 정도로 작고 귀엽다.

촘촘한 애기단풍의 오색빛깔은 잎사귀를 떨군 채 주렁주렁 매달린 홍시감과 어우러져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내장산의 단풍은 인위적인 단풍 터널로 인해 인공적인 맛이 느껴진다.

이에 반해 백양사 단풍은 자연 그대로의 선비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게다가 인산인해로 인한 내장산의 혼잡함이 전혀 없다.

백양 단풍은 조용하면서 자연의 멋과 운치를 느낄수 있는 곳이다.

늦가을의 정취를 만취하고 싶으면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경치를 감상하며 가볍게 등산하는 코스는 영천굴~백학봉~상왕봉을 거쳐 운문암쪽으로 내려오는 9.3km 코스다.

4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약사암 운문암 천진암 등 스님들의 수도장인 암자가 많은데 주변에 비자나무 숲이 잘 보존돼 있다.

가인마을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는 청류암코스도 추천할만하다.

백양사와 달리 사람들의 발길이 적어 호젓한 즐거음을 만끽할 수 있다.

백양사 입구에 즐비한 식당에서 반찬이 20여가지 넘게 나오는 산채비빔밥은 관광객들의 입맛을 돋운다.

27일부터 3일간 백양사 일대에서 제5회 장성 백양 단풍축제가 열린다.

철도청은 축제기간에 맞춰 23일부터 내장산 등산열차(무궁화호)단풍열차(무궁화호)를 각각 운행한다.

장성=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