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태 <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유럽과 아시아의 25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양지역간의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가 오는 20~21일 서울에서 개최된다.

우리 국민은 왜 불편하게 홀짝제로 차량을 운행해야 하는지,왜 일부지역의 교통이 통제되어야 하는지,왜 언론에서 대단한 비중을 두고 이 행사를 다루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 듯 하다.

관심이 있는 분들도 덕담이나 나누는,그렇고 그런 행사로 인식하기가 쉬울 듯 하다.

그러나 이번 서울 ASEM 정상회의의 내면을 들여다보면,피상적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의의가 있음을 알게 된다.

약간의 통계적 사실은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ASEM은 세계 최대의 경제권이며 ASEM 회원국들은 한국의 가장 큰 경제협력 파트너란 점이다.

ASEM은 아세안(ASEAN) 7개국과 한.중.일 그리고 유럽연합(EU)의 15개 회원국과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로 구성되는데,세계 GDP의 약 절반과 세계 총 교역량의 약 57%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전세계 직접투자의 유입과 유출의 절반이 ASEM 역내에서 이루어진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85년 이후 15년간 동아시아와 EU의 역내 교역량의 증가율보다 동아시아.EU간의 교역증가율이 더 높다는 점이다.

이것은 동아시아.유럽 지역간 교역이 매우 활성화되고 있으며 ASEM을 통한 양 지역간 경제협력의 가능성이 한층 높음을 시사한다.

우리의 대외 교역을 살펴보더라도 ASEM역내 회원국들에 대한 수출과 수입이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성장 가능성 또한 아주 높다.

또 동아시아와 유럽은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종에서도 산업구조상 상호보완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자동차.화학 등 일부 품목에서 경쟁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뱅킹 소비재 우주공학 등에서는 유럽이,가전 정보통신 등에서는 아시아가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상호 보완성이 높은 산업분야에서의 기업간 전략적 제휴,합작투자(Joint Venture)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양자 모두의 이익이 될 것이다.

금번 정상회의는 양 지역간 경제협력의 높은 잠재성을 실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

또 서울 ASEM회의는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이후 개최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대한 ASEM 차원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회원국들의 대북 진출 가능성을 높이는 장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남북공동선언의 실천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경의선 복원"사업은 남북한간의 협력 차원을 넘어,향후 아시아.유럽대륙을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 건설사업의 일환이다.

따라서 경의선 복원은 ASEM이 지향하고 있는 "유라시아 공동체" 개념의 구체화에 기여하게 된다.

EU를 비롯한 ASEM 회원국들이 대북 진출을 시도할 경우 언어,경험,관습 등의 차이를 극복하고자 한국을 합작 파트너로 삼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이번 회의를 통해 이러한 사실이 자연스럽게 홍보될 수도 있다.

이번 정상회의는 우리에게 통상외교적인 성과는 물론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현실화 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롭게 다가오는 "유라시아 공동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행사가 잘 치러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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