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대형 악재에 짓눌려 휘청거리고 있다.

중동지역의 긴장고조로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가격이 폭등하고 증시와 외환시장 등 세계 금융시장에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그래서 지난 10년동안 강세장을 지속해 왔던 미 증시가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높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자칫 세계경제가 급랭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 국제유가 =중동지역의 긴장고조에 따른 유가급등으로 세계경제가 치명타를 맞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 석유재고량은 미국이 2억8천만배럴에 그치는 등 전세계적으로 예년보다 20∼30% 가량 적은 수준이다.

더구나 올겨울 날씨가 유난히 추울 것으로 예보돼 4.4분기 세계 원유소비량이 작년보다 약 2백만배럴 늘어난 하루평균 7천8백4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위기로 공급부족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 석유업체인 스타스플라이 피트롤리엄의 석유브로커인 저스틴 포츠는 "3천만배럴의 미 전략비축유(SPR) 방출로는 유가급등세를 잠재우기에 역부족"이라며 "유가가 어느 정도까지 오를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배럴당 40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 세계증시 =''뉴욕발(發)''주가급락사태가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6일째 가파른 미끄럼을 탔다.

고유가와 유로약세 등으로 지난 4월에 상승세가 꺾인 미 주가는 잇단 기업실적 악화 발표까지 겹쳐 연일 급락하고 있다.

특히 야후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시스코시스템스 등 대표적 첨단기술주들이 주가하락을 주도, 세계증시는 ''첨단주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미 경제의 급랭(경착륙)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다시 증시를 짓누르는 악재가 되고 있다.

실제 미 연준리(FRB)는 3.4분기 성장률이 3%대에 그쳤을 것으로 보고 있고 모건스탠리딘위터는 "내년 상반기 미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자자문사 드리먼 밸류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드리먼 등 상당수 월가전문가들은 미 증시가 본격적인 침체장세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주가급락이 유럽 아시아 남미 등 세계증시 침체로 확산돼 세계경기둔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국제통화불안 =유로화와 동남아통화 약세도 세계경제의 걸림돌이다.

유로당 0.84달러까지 급락했던 유로화가치는 지난달 22일 유럽-미국-일본의 공동시장개입에도 불구, 초약세인 유로당 0.86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유럽과 미국간 경제펀더멘털 격차와 금리차로 유로화는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미 투자은행 DLJ의 환율분석가 캐스린 스테판슨)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의 통화가치도 연일 급락, 지난 97년의 환란 재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 페소화는 12일 한때 사상최저치인 달러당 48.40페소까지 떨어지는 급락세를 탔다.

태국 바트화도 28개월만의 최저치인 달러당 43.68바트로 떨어졌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