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4일 연속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1조83억원어치를 팔아치운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2천8백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1월이후 8월까지 매월 매수우위를 보인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한국시장을 떠나는 것일까.

한국증시의 대표적인 우량주인 삼성전자를 연일 매도하고 있어 우려감이 돌고 있다.

대우차와 한보철강 매각불발,경기둔화등으로 투자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는 것 역시 그런 불안감의 원인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도세가 일부 반도체주에만 집중되고 있어 한국시장을 이탈하는 것으로 보기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반도체주의 하락에 따른 전세계 반도체주의 동반하락이 매도세의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반도체주가 안정을 되찾으면 외국인의 매도세가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Sell 코리아''인가=외국인이 한국을 떠난다는 것은 매도자금을 달러로 바꿔 나간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외국인투자자들이 달러로 바꿔 한국시장을 벗어난 자금은 9억달러(순유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달 들어 9일 현재까지는 2억달러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들어온(순유입) 것으로 집계됐다.

이상광 한국은행 외환수급팀장은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 달러를 계속 들고 나가는 단계는 아니다"고 전했다.

그는 "대개 매도자금중 80%정도가 매도직후 해외로 빠져나가 연5∼6%의 오버나이트(Overnight) 단기자금으로 운용됐다가 다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외국인이 한국을 완전히 이탈할 조짐을 보일 경우엔 외환시장이 먼저 반응한다"며 "아직까지 환율급변을 노린 환투기세력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Sell 반도체주''인가=외국인 순매도자금은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매도분이 대부분이다.

지난 8월3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외국인의 전체 순매도금액은 1조4천8백17억원이다.

이중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순매도자금이 1조2천5백85억원으로 약85%를 차지한다.

아직 다른 종목으로 매도세가 확산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 3월과 6월 두종목을 무더기로 사들였을 당시 비중이 76.45%,50.03%였으니 과도한 투자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게다가 최근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골드만삭스등 일부 외국증권사들이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한 탓도 크다는 분석이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전병서 연구위원은 "반도체업체들의 펀더멘털이나 수익성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며 "과도한 투자비중(Overweight)을 줄이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실례로 외국인 시가총액비중이 약30% 정도인데 외국인의 삼성전자 편입비중은 25%여서 투자비중이 과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지분율 역시 53%에 달하고 있다.

◆전망=이런 점에서 조정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가격이 재반등할 경우 외국인의 매도세가 진정되고 다시 저가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우증권이 추정하는 삼성전자의 올해 순이익은 5조6천억원(주당순이익은 3만2천원),내년 순이익은 6조2천억원(주당순이익은 3만5천원)에 달한다.

PER(주가수익비율)로 따지면 각각 5.5배,4.8배다.

전 연구위원은 "다만 지난 95년이후 반도체 경기하강기 당시 삼성전자는 PER가 2∼3배일때 바닥을 보였다"며 "외국인의 매도세로 수급관계가 악화될 경우 15∼20% 더 하락할 우려도 없지 않다"고 예상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