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문화경제학회가 만들어진 것은 1970년대.

거시경제학자인 미국의 보몰 등이 "공연예술:경제적 딜레마"(1966년)란 책을 통해 공연예술에 대한 정부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국문화경제학회는 이보다 20여년이 지난 1996년 창립됐다.

그만큼 이론적 연구와 국내 문화예술의 비즈니스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평소 문화적 창의성을 강조해온 경영학자인 곽수일 문화경제학회장(서울대 경영대)을 만나 문화경제에 대해 들어봤다.

-학회창립 배경을 설명해주시죠.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에 비해 문화분야는 너무 도외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창립당시인 1996년엔 1인당소득 1만달러 시대가 개막됐다고 다들 흥분했잖습니까.

이것이 물질적인 부분에서 다시 우리의 의식과 삶의 질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고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학자들이 나선 거죠.특히 IMF위기를 거치면서 한국경제가 문화적 이미지를 제대로 찾지 못해 위기가 왔다는 시각도 공감대를 넓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학회는 어떻게 구성돼 있습니까.

"음.미대 교수 뿐 아니라 정신문화연구원 박사,박물관 관장,음악매니저,오페라단장 등 다양합니다.

문화경제의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의 호응이 좋아 학회일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우리나라 미술값은 어떻게 프라이싱(pricing)되나" 등 흥미있는 주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요즘 활동은 어떻습니까.

"1년에 두번 정도 학술대회를 열고 저널도 발행하고 있습니다.

오는 27일에는 국제문화경제학회 역대 회장 4명과 일본 학자를 초청해 "정보화시대의 문화산업"이란 주제로 첫 국제학술 세미나를 열 예정입니다.

또 내년 1월말에 "문화경제학의 이해"라는 원론 서적을 낼 계획입니다.

예술경제학과 문화산업,문화경영의 이해,문화산업 지원과 지적재산권 등의 내용을 담을 겁니다"

-경제발전과 문화의 관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단순히 기계와 시스템만 수입해서 생산하는 모방의 시대에서는 문화가 필요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창의성(creativity)의 시대입니다.

문화적인 요소가 경제활동 곳곳에 스며들어야 창의성이 높아질 수 있죠.우리 경제의 동력도 더이상 경제적 인센티브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새로운 인센티브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바로 생활속에 파고드는 문화의 힘이죠.개인적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라는 도시를 좋아하는데 이 도시의 건물 천정은 대부분 멋진 조각물로 장식돼 있습니다.

생활속에 각인돼 있는 문화적 창의성이 바로 저런 거구나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문화와 경제의 괴리가 큰 게 사실인데 이를 접목시키지 않으면 많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문화와 경제의 접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국내 문화예술계에는 능률 원가 비용 등 경영마인드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음악인들의 소득수준 구성 등 기본적인 통계도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국내 문화경제의 정립을 위한 기초작업부터 진행해야죠.결국 우리 학회의 몫입니다"

-문화경제학의 발전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학교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물론,미학 전공 학생들도 문화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실제 비즈니스와 관련해 성장할 만한 분야이기도 하죠.후생경제학(welfare economics)도 처음에는 굉장히 이론화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됐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모델과 이론의 발전이 이어진 것을 보면 문화경제학도 충분히 계량화할 수 있고 성장가능한 분야란 생각이 듭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