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의류브랜드 하나 만드는데 돈이 얼마나 들까.

패션비즈니스로 돈을 벌려면 옷을 얼마나 팔아야 할까.

패션인들은 옷장사를 하려면 숙녀복을 기준으로 했을때 적어도 30억원은 손에 쥐어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매출규모를 어느 정도로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요즘 가장 보편적인 패션영업공식인 ''런칭 1년차에 10개 매장을 열고 매출이 40억원인 브랜드''를 대입(代入)했을때 그렇다는 얘기다.

계산법은 이렇다.

먼저 원단값 부자재값 공임비등을 합친 생산원가로 16억원을 잡아야 한다.

만들어 놓은 제품중 절반이상 팔기 힘든 시장여건을 감안,판매율을 50%로 잡으면 첫해 4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80억원어치를 생산해야 한다.

판매가는 대개 생산원가에 4.5∼5를 곱한 값이므로 이를 역산해 16억원 정도를 생산원가로 보면 된다.

다음이 인건비다.

브랜드 하나 만드는데 필요한 최소 인력을 업계에서는 디자이너 영업 기획 등을 합쳐 18명으로 잡는다.

이들의 한달 임금은 약 5천만원선.

1년동안 6억원이다.

인테리어와 광고비용도 만만치 않다.

백화점 옆 매장에 뒤지지 않을 만큼 꾸미려면 매장당 3천만원 이상이 인테리어 비용으로 소요된다.

새로 만든 브랜드는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광고비 비중이 높다.

연간 광고비로 보통 4억원정도는 집행한다.

그밖에 건물임대료와 잡비 등을 포함하면 30억원이 금세 바닥난다.

1년 장사를 잘 끝마쳐 40억원 매출을 올렸을때 백화점 수수료 35%를 제외하고 회사에 입금되는 돈은 26억원 정도.

첫 해에는 이 돈을 남김없이 재투자해야 이듬해 장사를 준비할 수 있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옷장사해 돈을 벌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패션비즈니스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판매율을 50% 이상 올리고 인건비도 최소화하면서 브랜드 런칭 3년차에 1백억원이상의 매출을 달성한다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돋보이는 히트제품이 없으면 그만큼 이 비즈니스가 어렵다는 얘기다.

잘 나가던 패션업체들이 외환위기 이후 대거 시장에서 퇴출된 것도 이같은 영업구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요즘 국내 최고의 전문패션업체중 하나로 꼽히는 H사는 3개 브랜드만으로 매년 1백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고 있고 설립된지 8년밖에 안된 O사는 최근 강남의 5백억원짜리 10층 건물을 은행빚 한푼없이 사들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눈 팔지 않고 옷만드는 데만 전념했다는 것이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