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금남로.

민주화 항쟁의 상징이던 이 거리가 요즘들어 벤처밸리로 차츰 탈바꿈해 간다.

금남로 5가 대신증권빌딩 2층에 자리잡은 대신정보통신(대표 이재원)을 비롯 금남로와 서남동 일대엔 금융솔루션 기술정보서비스 인터넷 등 업종에서 약 4백여개의 크고 작은 벤처업체들이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광주지역에 벤처업체들이 군락을 이룬 곳은 이곳뿐이 아니다.

대촌동 일대에도 약 2백10여개의 소규모 벤처기업들이 터를 잡아가고 있다.

광주지역에서 가장 알짜 벤처들이 자리한 곳은 월출동 일대.

첨단단지를 배경으로 광(光)산업 분야에서 50여개가 몰려 있다.

이중 광증폭기 광분배기 등을 만드는 휘라포토닉스(대표 김용현)는 초고속 인터넷망 관련 부품업체로 떠오르는 벤처업체다.

인근에 있는 배터리팩업체인 미래테크(대표 배정빈), 키이엔지니어링(대표 오석인) 등도 첨단기술로 앞서가는 기업.

또 자강이엔텍 도울정보기술 토탈컴퓨터시스템 바이오테크 프라임테크 등도 광주가 자랑하는 벤처기업들이다.

서울의 테헤란로와 포이동일대가 자생 벤처밸리로 터를 잡은데 이어 지방에서도 이런 자생적인 벤처군락이 형성중이다.

규모면에서 가장 대규모 벤처기업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은 부산 사상구 염궁동 일대로 약 5백여개의 벤처기업들이 서식한다.

사상구 지역엔 동남정보(대표 김철호) 금정해빙(대표 홍성일) 등 제조 위주의 벤처가 부상하고 있으며 금정구 장전동에서도 1백여개 벤처가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금정구 장전동지역은 사이버맵(대표 홍봉희), 인트빔(대표 이철희),닥터비젼(대표 이유찬) 등 정보처리분야를 중심으로 첨단 기술기업들이 성장단계에 접어들었다.

자생벤처들은 대부분 인터넷 사업이나 정보기술분야에 치중돼 있으나 충북 음성의 경우는 공장을 가진 제조벤처들이 점차 증가되는 추세다.

중부고속도로에서 일직이나 음성 인터체인지로 나갈 수 있어 교통이 편리한 이점 때문에 음성군 삼성면 금왕읍 대소면 등 조용한 농촌지역이 벤처밸리로 변했다.

정전기를 발생시켜 필터링을 하는 부품을 생산하는 대정크린(대표 김진식)을 비롯 볼빅(대표 최재욱), 정풍한방제약 등 제조업체들이 이 지역을 벤처지역으로 만들어간다.

제조벤처 밸리로는 경남 창원도 매우 활발하다.

항공기부품을 만드는 율곡테크 엔지니어링(대표 위호철) 등이 웅남동으로 이사를 오는 등 이 지역이 제조 벤처밸리로 떠올랐다.

경한정빌(대표 이상연), 트인텍(대표 조홍식) 등도 창원에서 부상하는 벤처업체들이다.

이밖에 대구 중앙로, 경북 경산과 포항, 전북 전주, 강원 강릉 등에서도 스스로 일어서는 벤처업체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정부가 인정하는 벤처기업은 아직까지 서울에 편중돼 있다.

중소기업청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부상하고 있는 6천개 벤처 확인업체 가운데 43.7%가 서울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다 경기지역 21%, 인천지역 6.2%를 포함하면 수도권지역에 70.9%가 밀집돼 있는 셈.

대구에서 인터넷몰사업을 시작한 에이센드의 김용선 사장은 "벤처확인 기업이 이처럼 서울에 집중돼 있는 것은 정부정책이 너무 수도권 위주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기청의 조사에 의하면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도시에 있는 벤처기업의 애로사항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인력난으로 전체의 40.6%가 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돈이 부족하다는 기업이 30% 수준에 이르렀고 정보획득이 어렵다는 업체도 11.4%에 달했다.

이밖에 판로개척, 통신인프라, 업계간 교류 등이 부족하다는 업체도 많았다.

중소기업청은 이런 지방 벤처밸리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이들 밸리중 20개를 선정, "벤처촉진지구"로 지정키로 했다.

앞으로 "지방 벤처촉진지구"로 지정되는 벤처밸리에 대해서는 정부가 통신시설 등 벤처 인프라를 설치해주는 등 정책적인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 치중되던 벤처밸리가 지방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을 전망이다.

이치구 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