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부분 보장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불안한 금융시장이 더욱 동요할 수 있는 만큼 아예 시행을 연기하자는 주장도 적지않다고 한다.

정부 내에서도 시행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최근에는 진념 재경장관이 "시행에 앞서 다양한 주장들을 들어보겠다"며 제도 보완 가능성을 시사했고 "시행을 보류하거나 완화하자"는 주장을 골자로한 금감위의 용역보고서까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이같은 주장에 논리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더욱이 다음달로 예정된 금융기관 2차 구조조정의 다양하고도 복잡한 파급효과를 생각한다면 예금보호 한도 시행을 앞두고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해질 수 있음은 충분히 짐작되는 일이다.

시행 3개월여를 앞두고 실제로 많은 예금자들이 보다 안전한 금융기관으로 계좌를 옮기고 있거니와 이같은 움직임은 시간이 가면서 가속화할 것도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것과 시행자체를 무작정 연기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다소의 부작용이 예견된다고 해서 도입자체를 연기해 버린다면 시장의 규율과 질서는 또 언제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대우사태 파장이 그토록 컸던 것도 따지고 보면 실적 배당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고 금융기관들이 그토록 방만하게 운영되어왔던 것도 법과 제도를 통해 예금보장이라는 보호막을 쳐주었기 때문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보장금액을 다소 조정하는 등의 부분적 보완은 가능하다 하더라도 시행자체를 연기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차제에 논란이 많은 우체국 예금에 대해서도 정부가 단안을 내려주기 바란다.

예금보장 한도가 설정되고 경쟁력 여하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퇴출이 논의되는 터에 정부의 신용으로 예금을 유치하는 기관이 병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