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지난해 시애틀 무역 회담을 결렬시켰던 반 자본주의 시위대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합동총회가 열린 체코 프라하에도 집결했다.

이들의 주장은 대부분 비현실적이지만 적어도 두가지면에서는 옳다.

가장 급박한 정치·경제 문제는 제3세계의 빈곤이라는 것과 세계화가 원점으로 돌아갈 위험에 처했다는 점이다.

사실 세계 경제 통합은 예찬자들이 믿고있는 것처럼 필수 불가결한 것은 아니다.

이는 세계 경제의 미래에 던져진 많은 가능성 중 선택된 가장 바람직한 대안일 뿐이다.

정부,기업,유권자들은 원하기만 하면 지난 20년간 진행된 통합 흐름을 늦추거나 역류시킬 힘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화를 막더라도 시위대 주장처럼 가난한 자와 휴머니즘의 승리는 실현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구상의 가장 절망적인 사람들은 유례없는 재앙을 맞게 된다.

개인의 자유를 대규모로 희생시키지 않는 한 이 재앙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세계화의 힘에 비해 반 자본주의 세력은 미미할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시위대는 지난해 시애틀 회담을 문닫게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각국 정부는 이제 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이들 조직과 영합하는 사례도 늘었다.

기업도 반 자본주의 압력에 굴복,특정 사업뿐 아니라 전반적인 기업 전략을 수정한다.

그러나 만약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진정 관심이 있다면 각국 정부는 세계화를 환영하고 촉진해야 한다.

시민이 이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설명에 나서야 한다.

세계화 촉진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기술의 발달이다.

서구에서의 컴퓨터와 통신 발달은 제3세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전례없이 풍부한 여지를 제공했다.

신기술은 선진국의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달하면 기업의 이윤이 늘 뿐 아니라 빈곤층을 위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임금도 높아진다.

지금까지 세계 경제 시스템에 통합된 많은 개발 도상국이 그 혜택을 경험했다.

남한과 북한,말레이시아와 미얀마,유럽과 아프리카의 극명한 차이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만약 기술이 세계 통합의 유일한 엔진이라면 반 자본주의의 위협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술 발전은 창의적 정신과 야망이 있는 한 스스로 진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경계해야 할 것은 기술발전이 경제 통합과 연결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사실이다.

세계는 아직 단일 경제권과 거리가 멀다.

산업 선진 지역 국가들도 경제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

그 책임은 대부분 정부가 져야 한다.

선진국과 개도국 정부가 동시에 쌓아 올린 무역장벽을 없앨 수만 있다면 제3세계는 곧 빈곤을 줄이고 경제를 발전시킬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선진국 정부들은 노동시장과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국제 무역 규제를 오히려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무역을 옹호하는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도 겉으로는 빈국들의 가난척결에 적극 나서기로 했기 때문에 무역 규제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이는 말뿐이다.

실업률이 4% 아래로 떨어진 미국은 세계화 때문에 노동력이 남쪽으로 유출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유럽과 미국의 정치인들은 정당에 관계없이 유권자를 설득해보려는 시도도 하지 않은 채 세계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에 몸을 사리고만 있다.

그러나 세계화를 수호하는 것이야말로 도덕적인 선택이다.

정리=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영국 이코노미스트 9월 23~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