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상대방에게 경의를 표하는 예(禮)에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다.

손이나 기(旗),총,검을 쓰기도하고 북이나 군악 예포로 경례의 뜻을 대신 나타내기도 한다.

해군에는 귀빈을 마중하거나 전송할 때 전함의 승무원 전원이 양쪽 뱃전에 벌여 서서 행하는 등현례(登舷禮)라는 특별한 의식도 있다.

검으로 하는 경례는 검을 빼어 칼끝을 위로 올리고 칼자루를 입에 대었다가 칼끝을 오른쪽 밑으로 내리는 동작이다.

이것은 십자군시대에 십자형의 손잡이에다 입을 맞추고 적의가 없음을 나타내기 위해 칼끝을 내린데서 유래했다.

기수가 기를 수평으로 내리는 것이나 군함이 마스트에서 기를 내리는 것도 전의가 없음을 나타내는 경례법이다.

경례란 본질적으로 상대방을 해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표시하기위해 군인들이 두 손을 들거나 마주잡는데서 시작됐다는 학자들의 주장을 받침해주는 사례들이다.

실제로 17세기 중엽까지 유럽 군대는 무기를 쓰는 오른손을 모자 높이까지 올리는 것이 경례였다고 한다.

거수경례의 유래를 찾아보면 더 흥미롭다.

거수경례는 본래 중세의 기사(騎士)들이 토너먼트로 진행된무술시합에 나갈 때 자기들을 후원하는 귀족부인들이 지켜보고 있는 단상 앞을 지나며,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그들이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시늉으로 오른손을 눈위에 올린데서 시작됐다니 말이다.

악수는 거수경례보다 더 오래된 경례법이다.

풍속연구가 찰스 패너티에 따르면 옛 사람들이 낯선 사람을 만나면 반사적으로 단검에 손을 대고 여차하면 먼저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가 싸울 의사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호의의 표시로 무기를 쓰는 오른손을 서로 잡았던 것에서 시작됐다.

남북 국방장관회담에 참석했던 북측대표들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남측대표들은 북측대표들에게 거수경례 대신 악수를 하는 의전 원칙을 사전에 세워놓았다는 후문도 들린다.

하지만 악수나 거수경례나 본질적으로는 적대 아닌 호의의 표시일 뿐 다를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