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단장 안당)가 최근 ''사단법인 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로 이름을 바꿔 국내 음악계가 들썩거리고 있다.

서울시교향악단이 50여년 동안 써온 영문명 ''Seoul Philharmonic Orchestra''를 도용했다는 시비가 일고 있기 때문.

뉴서울필은 최근 특허청으로부터 등록허가를 받아 다음달부터 이 이름을 정당하게 쓸 권리를 얻었다.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국지휘자협회 등이 뉴서울필의 부도덕성을 성토하고 나서는 등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상표권을 둘러싼 분쟁을 넘어 예술계의 도의(道義)문제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 9월 안 단장이 특허청에 이 이름을 상표등록 출원하면서 비롯됐다.

서울시향을 산하단체로 둔 세종문화회관도 이에 질세라 영문명으로 등록을 출원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종덕 세종문화회관 총감독과 안 단장은 대화로 문제를 풀어보자며 머리를 맞댔고 안 단장은 이 자리에서 "서울필하모닉이란 이름을 안쓸 수도 있다.

서울시티필하모닉으로 바꿀 수도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세종측은 이를 안 단장이 등록출원을 취소한다는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안 단장은 그러나 자신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세종 경영진이 성실한 자세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는다고 판단,상표등록을 계속 추진한 것이다.

세종측의 서울필하모닉 영문명은 일반명사로 식별력이 없다며 거부판정을 받았다.

결국 세종측은 안 단장을 ''약속을 깬 사람''으로,안 단장은 세종측을 ''고압적인 기득권층''으로 서로 비방하는 사태를 낳았다.

이번 상표권 분쟁은 지휘자협회의 뉴서울필 지휘 거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해외 음악계의 반응이다.

박은성 한국지휘자협회 회장은 "그동안 서울필하모닉이란 이름으로 서울시향을 알던 외국 음악인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분야의 국가신인도뿐 아니라 예술분야에서도 국내 단체의 신뢰성에 먹칠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음악계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공신력을 쌓아온 서울시향의 서울필하모닉이란 브랜드에 무임승차하는 꼴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