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돌고 돈다.

엄마 젊은 시절에 유행했던 스카프패션이 최근 다시 거리에 등장하고 촌스럽게만 보이던 통넓은 나팔바지가 어느날 갑자기 가장 세련된 패션으로 부상하기도 한다.

그래서 "되돌아봄"을 뜻하는 "레트로(retro)"나 복고풍이라는 단어가 중요한 키워드로 자주 떠오른다.

톱브랜드들을 보면 한가지 주제를 계속 변주해가며 새롭게 재창조해내는 사례가 많다.

역사가 깊은 브랜드일수록 특히 그렇다.

에르메스의 경우 1백70년전에 만들어진 가방 스타일이 지금도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페라가모는 80년 역사의 패치워크 제품을 올 가을 전략상품으로 내놓고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중이다.


<>페라가모의 패치워크

조그만 천 조각 여러 장을 모으고 꿰메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패치워크는 오랜 세월동안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표현기법이다.

특히 이탈리아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1920년경 고유의 패치워크를 선보인 이후 매년 다양한 변주곡을 무대에 올렸다.

직사각형으로 자른 가죽의 배열,다양한 색깔의 배합,실크 실로 넣은 크로스 스티치나 "프티 푸앵(작은 싱글 스티치)"자수 포인트 등 당시 보여준 패치워크의 특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패치워크 패턴은 지금 이 브랜드의 가장 인기있는 디자인이자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1960년대부터는 구두뿐 아니라 핸드백과 스카프 옷에까지 이 기법이 적용됐다.

이번 시즌에도 페라가모의 패치워크 제품이 매장에 나왔다.

스웨이드 조각 이음 부분을 수공 바느질로 장식해 동양적이고 화려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이 특징이다.

직사각형의 숄더백과 로퍼 뮬 등의 구두가 패치워크 기법으로 만들어 졌다.


<>에르메스의 켈리백

1956년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가 커다란 크기의 빨간색 악어 가죽가방으로 자신의 임신한 배를 가린 모습이 라이프 잡지 표지에 실렸다.

프랑스브랜드 에르메스에서 만든 이 가방은 그때부터 켈리백으로 불리게 됐다.

켈리백의 시작은 1837년 에르메스 창립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사냥을 나갈 때 기수들이 사용하던 백으로 새들 캐리어(Saddle Carrier)라는 명칭이 붙어 있었다.

1930년경 사냥가방은 여성용 패션아이템으로 다시 태어난다.

쁘띠 삭 오뜨(Petit Sac Haute,작은 가방)가 당시의 이름이다.

켈리백은 에르메스 그 자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유의 견고해 보이는 가방모양과 손잡이는 오랜 세월동안 변함없지만 시대에 따라 사이즈와 색상을 달리해 다시 태어났다.

1935년의 켈리백의 폭은 35cm,10년후에는 32cm로 줄어들었고 또 다시 10년이 지난 1946년에는 28cm 크기로 작아졌다.

이후에도 미니보다 작은 미니-미니 사이즈가 나오는 등 다양한 크기의 켈리백이 선보였다.

<>테스토니의 블랙레이블 구두

테스토니 블랙레이블 구두의 특징은 "주머니 공법(Glove Effect)"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공기 가죽 주머니를 밑창에 삽입해 발가락과 그 주위 부분이 신발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고안된 것으로 걸을 때는 신발이 늘어났다가 정지했을 때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 마치 장갑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30년대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블랙레이블은 지금도 테스토니 매장의 중심 상품이다.

1백68번의 생산공정이라든가,구두 밑창의 이중 박음질,구두 하나에 악어 타조 송아지와 같은 여러 가죽을 조화시킨 점 등의 특징이 그대로 전수된 것은 물론이다.

예전보다 무게가 가벼워졌고 구두를 빙 둘러싸 놓여져 있던 바늘땀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정도가 옛날과 다른 점이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