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빌딩 11층.정건용 금감위 부위원장 집무실에는 20여명의 금감위와 금감원 직원들이 문을 굳게 잠근 채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대우 부실회계 책임자 처벌을 위한 증권선물위원회의 간담회 자리였다.

간담회는 오후 5시에 시작돼 2시간50분동안 진행됐다.

기자들의 접근을 막고 극도의 보안속에 진행됐다.

회계법인들과 대우 계열사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오후 7시50분 방문이 열리고 증선위 위원들과 대우조사감리반 직원들이 관련서류 박스를 한아름씩 안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심각한 모습이었다.

진동수 증선위 상임위원에게 "결론이 났느냐"고 묻자 "괴롭습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다른 간부들도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1일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이번 회의에서는 엄중처벌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는 추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7일 오전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우 계열사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점을 감안해 현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처벌 유예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처벌문제가 이처럼 꼬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칙론''과 ''현실론''이 맞서기 때문이다.

원칙 처벌을 주장하는 측은 22조9천억원 규모의 분식결산(재무제표 조작)으로 투자자들과 채권단,국민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들과 회계법인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적인 기업회계감사 풍토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었던 회계법인들의 입장과 대우 계열사의 회생을 위한 현 경영진의 필요성 같은 사정도 감안해줘야 한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와중에 소액투자자들이 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잇따라 제기할 전망이어서 증선위 결정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증선위는 일단''15일까지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론을 내겠다''고 못박았다.

오랜 토의와 여론수렴 끝에 결정이 내려지겠지만 ''장고(長考)끝에 악수(惡手)''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