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개 부처별 국가표준현황을 전면 조사해 이를 체계적으로 정비키로 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잘한 일이다.

그동안 국가표준이 부처별로 제각각 운영되고 서로 다른 표준이 난립함으로써 취지와는 정반대로 각종 경제적 비효율성과 기업들의 중복투자 비용증가 수출장애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부처별 개별적 표준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국가표준기본법과 국가표준심의회 설치에 이어 나온 첫번째 범정부적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가표준기본법과 시행령이 작년에 이르러서야 마련됐을 정도로 국가표준이 그동안 너무 소홀이 다뤄져 왔다는 점에서 보면 이번 조치는 단지 하나의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오늘날 세계무역질서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중 하나를 들라면 그것은 단연 국제표준전쟁 또는 국제표준장벽이란 말로 대변되는 표준화 문제이다.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기술이라지만 표준의 채택여부가 기술의 경쟁력을 가름하고 나아가 시장지배를 결정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주요 선진국들이 연구개발예산의 10%를 표준에 투입해 연구개발과 표준을 연계하고,이를 토대로 국제표준화 활동을 주도하려는 것은 단지 경제적 효율성 차원에서뿐 아니라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고려한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비해 우리나라 국가표준 실태는 암담한 수준이다.

예산과 인력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것은 새삼스러운 문제도 아니다.

한국산업규격인 KS는 부처간 혼선이라든지 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물론 양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국제표준의 25%에 불과하다.

나아가 정보통신 생명공학 전자상거래 등 신산업분야에서 표준제정 노력도 매우 저조하다.

이러한 취약한 표준기반은 국가간 무역장벽 타개수단인 상호인정협정 체결이 부진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국제표준 부합도가 14%에 불과한데서도 나타나지만 적극적인 국제표준화 활동은 아예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산업혁신의 핵심적 인프라인 표준이 이렇게 답보하는 한 앞으로 우리 산업활동의 효율성은 물론이거니와 지속적인 국제경쟁력 확보에 큰 장애요인이 될게 분명하다.

이제는 표준의 중요성에 걸맞은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단순히 부처간 규격의 중복과 난립을 정비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표준정책 전반을 재검토해 종합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