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일 출국했던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5일 오후(현지시간) 경유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돌연 중국 베이징으로 되돌아갔다.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과 6일 가지려던 회담이 무산됐다.

김 위원장이 방미를 취소한 것은 지난 4일 오전 11시30분 프랑크푸르트에서 뉴욕으로 타고갈 예정이던 아메리카 에어라인(AA)측의 까다로운 보안검색 때문.

북측 대표단의 최수헌 외무성부상(차관)은 5일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항공안전요원들이 "8개 불량국가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몸수색을 하게 돼있다"며 김 위원장 등에게 무례한 몸수색을 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의 정당하지 않은 방해책동으로 인해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할 수 밖에 없다"며 미국의 공식사과를 요구했으나 남북한 관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스테파니 케머러 AA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모든 미국 항공사가 규정하고 있는 안전체크 게이트 통과를 거부해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며 "북한 이익대표부로부터 김 위원장이 탑승할 것이라는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은 민간 항공사가 저지른 잘못된 처사(mishandling)로 미국 정부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북측의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가를 위해 계속 접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밀레니엄 정상회의 기간중 김 대통령 외에도 일본 스웨덴 등 10여개국과 개별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북측의 태도가 주목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