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53) 제2부 : IMF시대 <2> '여심'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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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남자의 가슴속에 품은 진정한 애정은 비록 그 애정이 육체적인 관계로 진전되었다 하더라도,그 애정이 깊을수록 항상 여자의 마음을 향한 더 깊은 의혹이 수반되게 마련이고,그런 이유 때문인지 진성구는 과거 끊일 줄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렸음을 상기했다.
하지만 혜정의 솔직한 사랑 고백은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그런 불안감을 일순간에 제거함으로써 그때 자신을 자신감에 찬 남자로 변모시켰음을 그는 5년 전의 일임에도 또렷이 기억했다.
"오늘 아침 이곳을 떠나 LA에서 서울로 가는 오후 비행기를 탈 수 있어.내일 아침 7시면 서울에 도착할 수 있어.공항에서 나하고 만나.
절대로 미국으로 가선 안 돼.그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야.혜정에게 치명적이고 나한테는 더 치명적이야"
그것이 자신감에 찬 진성구가 그때 내린 결정이었고 불안정한 상태이긴 했지만 이혜정도 분명히 그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진성구는 아침에 호텔을 체크아웃한 후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시카고발 LA착 비행기를 탄 후 오후 일찍 서울 시간으로 아침 7시에 도착하는 서울행 KAL기를 탈 예정이었다.
그가 탄 리무진은 공항 터미널 건물에 도착하였다.
각 국제 항공사의 간판이 붙어 있는 곳에 차례로 리무진이 정차하면서 해당 항공사로 출발하는 승객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터미널 건물의 마지막 항공사 간판 앞에서 리무진이 정차하여 진성구는 나머지 한 승객과 함께 리무진에서 내렸다.
리무진 기사가 리무진 뒤쪽으로 가 뒷문을 열었다.
다른 승객이 짐을 꺼내가기를 기다렸다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슈트케이스와 감색 브리프케이스를 진성구는 집었다.
그는 공항터미널 건물 안으로 들어가 슈트케이스를 체크인한 후 탑승권을 받아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탑승구로 향했다.
오늘 새벽 이혜정이 국제 전화를 통해 한 말이 한 순간도 그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성구는 자신이 살아온 42년의 인생 동안 몇 번이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 하는 질문이 아닌 ''내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느냐? 하는 질문을 했는지 자문해보았다.
그런 기회가 언뜻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진성구는 ''내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느냐?'' 하는 질문을 했다.
뚜렷한 답이 떠올랐다.
내일 아침 김포공항에서 혜정을 만나 그녀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 후 일어나는 일은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진성구는 기내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아직 이륙하려면 15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그는 감색 브리프케이스를 열어보았다.
전혀 생소한 내용물이 그 속에 있었다.
진성구는 어리둥절하다가 자신의 브리프케이스가 다른 사람 것과 바뀌었음을 알아챘다.
그는 순간적으로 당장 기내 밖으로 나가 자신의 브리프케이스를 찾고 남의 것을 되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브리프케이스를 들고는 입구 쪽으로 갔다.
기내 스튜어디스가 그의 길을 막았다.
"곧 이륙할 겁니다"
"문제가 생겼어요.급한 일이에요.빨리 나가야 해요"
진성구는 길을 막는 스튜어디스 옆을 억지로 지나 기체 밖으로 나왔다.
남자의 가슴속에 품은 진정한 애정은 비록 그 애정이 육체적인 관계로 진전되었다 하더라도,그 애정이 깊을수록 항상 여자의 마음을 향한 더 깊은 의혹이 수반되게 마련이고,그런 이유 때문인지 진성구는 과거 끊일 줄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렸음을 상기했다.
하지만 혜정의 솔직한 사랑 고백은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그런 불안감을 일순간에 제거함으로써 그때 자신을 자신감에 찬 남자로 변모시켰음을 그는 5년 전의 일임에도 또렷이 기억했다.
"오늘 아침 이곳을 떠나 LA에서 서울로 가는 오후 비행기를 탈 수 있어.내일 아침 7시면 서울에 도착할 수 있어.공항에서 나하고 만나.
절대로 미국으로 가선 안 돼.그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야.혜정에게 치명적이고 나한테는 더 치명적이야"
그것이 자신감에 찬 진성구가 그때 내린 결정이었고 불안정한 상태이긴 했지만 이혜정도 분명히 그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진성구는 아침에 호텔을 체크아웃한 후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시카고발 LA착 비행기를 탄 후 오후 일찍 서울 시간으로 아침 7시에 도착하는 서울행 KAL기를 탈 예정이었다.
그가 탄 리무진은 공항 터미널 건물에 도착하였다.
각 국제 항공사의 간판이 붙어 있는 곳에 차례로 리무진이 정차하면서 해당 항공사로 출발하는 승객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터미널 건물의 마지막 항공사 간판 앞에서 리무진이 정차하여 진성구는 나머지 한 승객과 함께 리무진에서 내렸다.
리무진 기사가 리무진 뒤쪽으로 가 뒷문을 열었다.
다른 승객이 짐을 꺼내가기를 기다렸다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슈트케이스와 감색 브리프케이스를 진성구는 집었다.
그는 공항터미널 건물 안으로 들어가 슈트케이스를 체크인한 후 탑승권을 받아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탑승구로 향했다.
오늘 새벽 이혜정이 국제 전화를 통해 한 말이 한 순간도 그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성구는 자신이 살아온 42년의 인생 동안 몇 번이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 하는 질문이 아닌 ''내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느냐? 하는 질문을 했는지 자문해보았다.
그런 기회가 언뜻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진성구는 ''내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느냐?'' 하는 질문을 했다.
뚜렷한 답이 떠올랐다.
내일 아침 김포공항에서 혜정을 만나 그녀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 후 일어나는 일은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진성구는 기내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아직 이륙하려면 15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그는 감색 브리프케이스를 열어보았다.
전혀 생소한 내용물이 그 속에 있었다.
진성구는 어리둥절하다가 자신의 브리프케이스가 다른 사람 것과 바뀌었음을 알아챘다.
그는 순간적으로 당장 기내 밖으로 나가 자신의 브리프케이스를 찾고 남의 것을 되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브리프케이스를 들고는 입구 쪽으로 갔다.
기내 스튜어디스가 그의 길을 막았다.
"곧 이륙할 겁니다"
"문제가 생겼어요.급한 일이에요.빨리 나가야 해요"
진성구는 길을 막는 스튜어디스 옆을 억지로 지나 기체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