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에너지회사로서는 처음으로 한국 민자발전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LG에너지와 손잡았던 영국의 파워젠이 1년 만에 한국에서 철수키로 했다.

LG에너지는 28일 파워젠 서울사무소가 최근 이같은 뜻을 공식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파워젠은 국내 발전사업에 참여키로 한 첫 외국기업으로 지난해 8월 LG에너지와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5백91억원의 지분투자(49%)를 했었다.

신동성 파워젠 인터내셔널 한국사무소 대표는 "합작투자계약 당시 LG에너지측이 민자발전전기를 한국전력에 파는 거래조건을 바꿀 것을 약속했고 이것이 확실해지지 않으면 1년 뒤에 철수할 수 있도록 계약을 했다"면서 "당시 계약대로 되지않아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LG는 당시 민자발전소의 최소이용률(한전의 전력구매율)을 보장하고 전력요금산정기준을 개선하는 것을 전제로 파워젠 자금을 유치했으나 정부 및 한전측과의 협의에서 뜻을 이루지 못해 파워젠을 놓치게 됐다.

이와 관련,파워젠이 지명한 엘러스타인 오웬 LG에너지 부사장이 직접 나서서 전력수급계약조건 개선을 요청했으나 한국전력은 "일부 조항은 변경할 수 있지만 이미 결정된 요금 및 양사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계약조건에 대한 변경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 대표는 "파워젠사가 지난 4월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루이빌가스전력회사(LG&E)를 인수한후 전세계에 투자하고 있는 사업을 정리하고 미국에 집중투자한다는 경영방침을 정한후 동남아시아에 투자했던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투자철수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파워젠이 한국의 민자발전 장래를 불투명하게 본 반면 북미시장의 장래를 훨씬 밝다고 판단한데 따른 철수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파워젠의 철수결정은 합작당시 외자유치가 급했던데다 한전민영화 스케줄이 지지부진한데 따른 것으로 다국적기업을 토착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케이스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LG에너지는 파워젠의 철수결정에 따라 오는 10월말까지 파워젠에 투자비 5백91억원을 돌려줘야 할 입장이다.

LG에너지 관계자는 "국내외 업체를 상대로 파워젠을 대체할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중"이라며 "그러나 10월말까지 신규 파트너를 구하지 못하면 파워젠의 지분을 LG계열사가 인수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달 현재 LG에너지의 지분은 파워젠이 49.9%로 가장 많고 LG상사 20.1%,LG전선 20%,LG건설 10% 등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