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각국 경제시스템의 상호작용을 증대시킨다.

이 과정에서 각 시스템에는 호환성과 시장중심성이 요구된다.

자본주의는 현대사회에서 생산성증대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지지만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탈냉전시대 초기에는 서구에서조차 ''시장실패''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믿었다.

따라서 당시 각국정부는 시장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어느 정도의 정부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많은 정부들이 규제철폐와 민영화를 핵심 경제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기술이 주도한 세계화가 있다.

사실 대공황을 겪은 대부분의 나라들은 고삐풀린 경쟁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약간의 규제를 통해 완전경쟁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규제는 위험에 대한 높은 대가를 요구,비용을 증가시키고 투자를 저해한다.

그 증거는 유럽과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럽은 수십년간 노동자를 자유시장경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자유로운 해고를 막아왔다.

반면 미국은 해고와 고용이 비교적 자유롭다.

이러한 차이는 현대의 첨단기술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유럽은 해고에 대한 높은 대가를 치러야했기 때문에 해고와 신기술채택을 통한 노동비용삭감의 혜택을 미국만큼 누리지 못했다.

그 결과 신기술 응용을 통한 생산성 증가는 유럽이나 일본보다 미국에서 훨씬 뚜렷하게 나타났다.

사실 미국에서 해고가 쉽다는 것은 오히려 미국의 실업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이와 함께 유럽보다 미국에서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미국내 외국자본의 투자규모는 증가했다.

이는 다시 미국의 기술혁명을 촉진시키는 선순환을 초래했다.

유럽국가들은 이제 기업과 노동자의 효율성을 높여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시장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몇년간 세제개선,유연한 노동시장을 위한 조치들,기업민영화등이 유럽에서 목격됐다.

자유시장경쟁이 삶의 질을 높인다는 사실이 입증된 후 각국 경제정책은 세계화를 따라가는 방향으로 변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얼마나 빨리 진척되고 오래 지속될지는 불분명하다.

지금까지 세계화가 진행된 것은 기술혁신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은 미국에서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 수익률을 높여 투자를 늘리고 생산성향상을 가져왔다.

미국에서 구조적인 생산성 증가추세가 중단될 기미는 아직 없지만 신기술개발에 따른 시너지효과는 언젠가는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기술혁명의 어느 시점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면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려진 장기투자 수익률,생산성신장률,부의 창출이 언제 과거의 평균 수준으로 되돌아갈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기술이 가져오는 시너지효과가 최고점에 달하면 언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하락이후에는 역사상 유례없는 기술투자 수익률도 낮아져 투자규모는 줄어들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자유시장경쟁에 대한 반감은 부활할 것이다.

이러한 반감은 언젠가 세계화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 투자를 통한 기술의 놀라운 진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계화를 진척시키며 경쟁을 늘리고 많은 사람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경제활동의 세계화가 더 오래 지속될수록 우리가 얻는 수확도 클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리=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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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앨런 그린스펀 미 FRB의장이 지난 25일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막된 세계중앙은행총재회담에서 ''세계경제통합의 기회와 도전''을 주제로 연설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