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불 작가 김순기를 아시나요''

현재 프랑스에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는 멀티미디어작가 김순기(54)씨.

그는 우리나라 화단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외국에서는 꽤 실력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71년 서울대 미대와 대학원을 나와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도불한 김씨는 72년 니스국립장식 미술학교를 수석졸업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74년에는 마르세유 미술대학 교수로 특채됐다.

아시아계 여성이 프랑스에서 교수직에 오른 첫 케이스.

77년에는 세계적 음악가 존 케이지와 함께 작업했으며 82년엔 프랑스 문화성 지원으로 뉴욕을 방문,백남준을 소재로 한 ''백남준씨,안녕''을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 그가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활동무대가 프랑스인 까닭도 있지만 그의 독특한 캐릭터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95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로 내정됐다 취소된 사건은 그의 예술적 고집을 엿볼 수 있는 사례.

그는 수상기념 작품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을 개집으로,미술관 관계자들을 개로 비유한 설치작품 ''강아지''를 내놓아 결국 수상이 취소되고 말았다.

김씨가 77년 서울 견지화랑에서 첫 고국전을 가진 이후 2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오는 9월2일부터 10월22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지금까지 추구해온 개념미술을 토대로 한 멀티미디어아트 작품들을 선보인다.

출품작 중 ''주식거래''는 그의 철학적 사유를 반영한 작품.

거품경제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와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4개의 TV모니터 기둥에는 그가 촬영한 일상의 장면들이 쉴새없이 나타나고 어린아이들이 마음대로 붙인 신문과 잡지로 된 판잣집은 전시장의 벽면과 천정으로 무작위로 쏘아대고 있다.

벽면 모니터에는 닛케이,다우존스,유로50,코스닥 주식지수가 1시간 단위로 들어오며 이미지에 맞는 음악도 함께 흘러나온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즉석복권들을 모아 만든 작은 판잣집 모형들과 비디오 이미지들로 구성된 ''복권동네''는 주식거래와 비슷한 성격의 작품.

''꽝''으로 판명된 복권들로 만들어진 작은 집들이 연출해내는 풍경은 행복하고 안온하게 보이지만 한편으론 꽝된 복권처럼 허무함을 드러낸다.

남북화해 분위기에 맞춘 ''견우와 직녀''도 관심을 끄는 작품.

아트선재센터 계단위에 설치되는 이 작품은 양편으로 플라스틱 태극기와 인공기가 15m 가량 떨어져 마주보고 있고 가로 70㎝,세로·높이 60㎝의 양철 케이블카가 가운데에 서있어 남남북녀를 형상화한다.

케이블카 옆면에는 한반도 지도가,뚜껑에는 태양열전지가 부착돼 있다.

김씨는 "요즘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건 주식거래와 별자리들의 움직임"이라면서 "이번 전시의 개념도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02)733-8940

윤기설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