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유무역 지지자로서 전세계 테러를 종식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오는 11월 지난 4년간의 클린턴·고어시대는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21일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한 대선자금 모금파티에서 행한 연설의 몇 구절이다.

관세(tariffs)를 테러(terrors)로 잘못 발음하는 실수를 저질러 앞뒤가 안 맞는 말이 돼 버렸다.

클린턴 대통령의 재임기간을 8년에서 4년으로 깎아내린 것도 대통령후보로서는 있을 수 없는 실수다.

이날 부시는 "테러국가들이 미국을 적대적으로 대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이상한 말도 했다.

"테러국가들이 미국을 볼모로 잡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적대적(hostile)이란 단어를 볼모(hostage)로 착각하는 바람에 생긴 일.

가뜩이나 지지율 면에서 앨 고어 후보에게 역전당해 수세에 몰린 부시로서는 이번 실수가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부시 후보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무식한'' 대통령 후보 이미지를 스스로 강화시키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부시의 무식을 드러내는 언행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잇단 실언 탓에 ''영어환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연초에는 환자와 보험업자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재(arbitration)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엉뚱하게도 ''독단적인(arbitrary) 기구''를 세우자고 목청을 높였다.

작년말에는 미전역에 방영된 보스턴 WHDH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인도 파키스탄 체첸 대만의 지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해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우연인지 이날 워싱턴 포스트와 ABC방송의 지지도 공동여론조사에서 부시 후보의 지지율은 고어 후보에 50% 대 45%로 5%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나는 등 최근 부시의 인기는 날로 추락하고 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