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학년생인 이열근씨(23)는 틈만 나면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제국을 순찰한다.

적의 침공을 받아 영토를 빼앗기진 않았는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자리라도 잡는 날엔 군대를 이끌고 인접국가를 침공해 들어가곤 한다.

전투에 몰두한 나머지 노인이 바로 앞에 서 있는 것도 모르고 앉아 있다가 "버릇없는 젊은이"라며 야단을 맞기도 했다.

이 학생처럼 휴대폰 게임을 열광적으로 즐기는 "M티즌"이 갈수록 늘고 있다.

휴대폰 게임이 나온지 1년만에 이용자가 약 2백만명에 달했다.

오는 가을 MC1X라는 이동전화 서비스가 시작되면 게임을 컬러로 보다 빠르게 즐길 수 있게 돼 휴대폰 게임이 전성기를 맞는다.

이에 대비,이동전화업체들이 우수한 게임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휴대폰 게임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LG텔레콤(019).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이 각각 짝을 이룬 바람에 외톨이가 되자 콘텐츠,특히 게임으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LG는 현재 40여종의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LG의 히트상품은 "코스모노바"란 이름의 네트워크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제국을 세워 역량을 강화한 뒤 다른 제국을 점령해 자신의 국력을 키워가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지난 5월 첫선을 보인 뒤 석달만에 페이지뷰 5천만을 돌파했고 거의 날마다 이용하는 팬이 2만명이나 된다.

이용자 4명당 1명이 30,40대 중년층이란 점도 이 게임의 특징이다.

LG텔레콤은 코스모노바 이외에 다마고치 퀴즈크래프트 서바이벌 우주전략 등 다양한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경마 영어게임 아스트로채팅 등 색다른 게임도 준비중이다.

또 오는 9월초 대대적으로 메뉴를 개편하면서 무선 네트워크 게임을 50여종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동전화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선두 SK텔레콤(011)도 LG 못지않게 게임에 힘을 쏟고 있다.

무선인터넷시대가 열리면 어차피 콘텐츠 싸움이 불가피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SK는 현재 "n.TOP" 가입자들에게 26종의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SK의 휴대폰 게임중 접속률이 가장 높은 히트상품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춘추열국지".

컴퓨터나 다른 플레이어를 상대로 싸워 이김으로써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켜 나가는 게임이다.

게임 도중에 메시지나 아이템 등을 주고받을 수 있고 외교활동을 통해 친분을 쌓아갈 수도 있다.

카지노랜드 넷경품퀴즈 등도 춘추열국지에 버금가는 히트게임들이다.

신세기통신(017)은 40여종의 무선인터넷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일본 NTT도코모의 I모드 게임을 한글화해 서비스할 예정이다.

제공중인 게임중에서는 고스톱 퍼즐나라 WAP게임 포카 블랙잭 심리테스트 퀴즈나라 다마고치 블루마블과 같은 이른바 컴투스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1등에게 50만원이 지급되는 팡팡퀴즈도 히트 게임이다.

한통엠닷컴(018)에서도 네트워크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게임 이름은 "노리아 행성".

휴대폰이 꺼진 상태에서도 24시간 게임이 진행되고 게임 상황이 문자메시지로 통보되며 현실의 기상조건이 게임환경에 그대로 반영되는 점이 특징이다.

끝말잇기 빙고게임 경품퀴즈 포카 숫자야구 등도 한통엠닷컴이 내세우는 인기 게임들이다.

한통프리텔(016)은 핸디넷 서비스를 통해 주식투자게임 숫자맞추가 영어단어맞추기 사이버경마 등의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주식투자게임은 가상현금 2천만원을 주고 증권시장의 실제 시세에 따라 수익률게임을 벌이게 하는 점이 특징이다.

사이버경마는 다마고치와 같은 방식으로 말을 관리할 수 있고 다른 가입자들과 승부를 겨룰 수 있는 네트워크 게임이다.

이동전화업체들은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기존고객을 붙들면서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게임 콘텐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경쟁이 무선인터넷시대를 앞당기는 촉매가 되고 있다.

휴대폰으로 전화나 걸고 받는 사람을 "M맹"이라고 부를 날도 멀지 않았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