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새 경제팀 취임 이후 처음 경제정책 조정회의를 열고 국민의 정부 후반기 경제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정2기 경제운영의 목표를 ''개혁의 완수''와 ''새로운 도약''으로 정하고 이를 위해 시장경제 시스템의 정립,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생산적 복지추진과 지역간 균형발전,남북경협 본격화 등 4대 중점추진과제를 제시했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정책들은 내용면에서 새롭다기보다는 집권 후반기를 맞은 현정부가 추진할 정책방향을 보다 분명하게 제시하고,급격히 이완되고 있는 개혁분위기를 추스려 4대부문 개혁을 차질없이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아울러 김 대통령이 내각을 팀별로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첫번째 열린 회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하겠다.

하지만 정부가 어제 회의에서 개혁의지를 다짐하면서도 몇가지 개혁과제에 있어 추진일정을 연기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금융구조조정의 핵심과제인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대형화·겸업화 추진은 당초 올해말까지의 추진과제였으나 내년말까지로 연기됐고,그동안 구조조정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회사법·화의법·파산법 등 도산3법의 통합작업도 내년말 이후 과제로 1년 이상 연기됐다.

당초 올해안에 적극 추진하겠다던 기업인수·합병시장 활성화도 내년말까지의 추진과제로 늦춰졌다.

물론 입법과정에 걸리는 시일 등을 감안했다고는 하나 이해집단의 반발을 고려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재정건전화법을 제정키로 하고 은행지분 소유상한을 신축적으로 적용하는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키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정부가 그동안 오락가락하던 방침을 바꿔 재정건전화특별법을 금년내로 제정키로 확정한 것은 국가채무 관리를 위해서나 정부의 고통분담 의지 과시를 위해서도 옳은 선택이라고 본다.

아울러 그동안 수없는 논의에도 불구하고 재벌 사금고화라는 장애물에 막혀 전혀 진전이 없었던 은행지분 소유상한 4%를 신축적으로 적용키로 한 것도 바람직한 정책선택이라 본다.

소유제한을 완화해 주인을 찾아주지 않고는 경영효율을 향상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실천할 때나 가능하다.

우여곡절 끝에 결정한 재정건전화법 제정과 은행지분 소유상한 완화 문제를 차질없이 추진하는 것이야 말로 새 경제팀의 신뢰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