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소와 전화번호,핸드폰 번호를 절대로 바꾸지 않을게" "금강산에서 다시 만나자" "경의선이 복구되면 개성으로 달려갈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할 수 없는 이산가족들은 저마다 굳은 약속을 나누었다.

어떻게든 다시 만나자는 눈물의 기약이다.

언젠가는 서로 찾아올 수 있도록 연락처를 바꾸지 않기로 한 가족이 있는가 하면 금강산이나 개성관광 때 만나기로 한 부모형제도 있다.

오래 살아야 다시 만날 수 있다며 담배를 끊기로 한 형제도 있다.

약속이 지켜질 지는 모르지만 반세기만에 만난 부모형제와 다시 갈라서야 하는 이들에겐 이 약속이 두고두고 되새길 유일한 희망이다.

아들 리종필(69)씨를 떠나보내는 백세의 노모 조원호씨는 "개성관광길이 열리면 첫번째로 가서 만나기로 수십차례 약속을 했다"며 "그 때까지 꼭 살아야 할텐데 걱정"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워커힐 호텔앞 환송행사에서 마지막으로 얼굴을 다시 맞댄 북측 방문단의 박상업(68)씨와 남쪽의 동생 상우(61)씨도 "끊겼던 경의선 철도가 다시 열린다고 하니 그때가 되면 서로 가족들을 개성으로 데려와 모두 함께 만나자"고 굳게 약속했다.

일흔이 훌쩍 넘어버린 오빠 김정태(75)씨의 뒷모습에서 한참동안이나 눈을 떼지 못하던 김귀정(71)씨는 "1년전 아들로부터 선물받은 금강산 관광티켓을 지금까지 아껴뒀다"면서 "금강산을 찾을 때 서로 연락해 만나자고 약속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신교환이 가능해질 것에 대비,서로의 주소를 교환하고 다시 만날 때까지 이사를 가지 않겠다고 한 가족들도 있다.

형 박재영(71)씨를 다시 보내는 동생 재윤(52)씨는 "형님이 연락할 수 있을 때까지 몇 년이고 이사가지 않고 이 곳에 살며 기다리겠다"면서 적어놓은 주소를 형의 손에 꼭 쥐어주었다.

특히 상시 연락이 되는 휴대전화 번호는 어떤 일이 있어도 변경하지 않기로 한 가족들도 많다.

이산가족면회소가 설치되면 제일 먼저 신청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호텔 앞마당 양쪽에 설치된 포토라인 사이로 서로 몸을 굽혀 마주한 북측의 리강준(67)씨와 동생 강희(59·여) 남매는 "면회소가 설치되면 제일 먼저 신청할테니 그때까지 꼭 건강하게 살아남자"며 한참을 부둥켜 안은 채 눈물을 쏟아냈다.

떠나기 하루전 남쪽에 남겨둔 부인 김옥진(77)씨를 극적으로 상봉한 하경(74)씨는 "다음에는 고향 선산에서 부모님께 성묘하면서 가족들과 만날 것"이라며 "부모님 영정을 앞에 두지 않고는 가족들과 재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부모님 산소를 찾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상봉을 얼마 앞두고 남한의 노모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했던 문병칠(68)씨는 "다시 만나려면 꼭 건강해야 한다"는 막내 여동생 병선(55)씨의 손을 꼭 쥐고 건강을 위해 평생 끊지 못한 줄담배를 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