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이뤄진 혈육상봉은 그들만의 기쁨이 아니었다.

부모 형제를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혈육의 정을 보고 온국민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념의 벽도 핏줄 앞에선 아무 것도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감격의 날이었다.

TV를 통해 이산가족들의 만남을 지켜본 시민들은 마치 자신이 헤어졌던 가족을 만난양 함께 기뻐하고 슬퍼했다.

50년만의 상봉이었지만 핏줄은 어쩔 수 없었다.

대번에 알아보고는 그저 부여잡고 눈물만 흘려대는 이산가족들을 보고 국민들도 목놓아 울어버렸다.

늙어버린 아들의 얼굴을 만지고 또 만지는 노모,50년 전에 헤어진 오빠 품에 안긴 여동생,신혼에 헤어졌다가 검은 머리 파뿌리돼 해후한 노부부….

기뻐하기엔 너무나 슬픈 장면에 그저 눈물이 모자랄 뿐이었다.

하루빨리 통일이 이뤄져 이들을 다시는 갈라놓지 말아야 한다고 온 겨레는 기원했다.

황해도 수안이 고향인 박영규(70)씨는 TV를 통해 이산가족들의 상봉을 지켜보고는 "내가 가족들을 만난 것 같았다"며 "이번 방문단에서 탈락해 다음 기회나 기대해야 할 처지이지만 저들이라도 잘 됐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에 만나면 언제나 또 만날지 모를 텐데 아쉬움이 얼마나 크겠느냐"며 "남북한 지도자가 더욱 노력해 만나고 싶은 가족은 언제라도 만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북 청진 출신의 실향민 황영순(67·여)씨는 "오빠를 만난 한 여동생을 보며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며 "TV를 보며 하루 종일 울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게 가족인데 이념이 뭐기에 우리를 갈라놓는 것이냐며 눈물을 훔쳤다.

이산가족들의 상봉을 지켜본 비전향장기수들의 소감도 남달랐다.

비전향장기수 신인영(71)씨는 "내가 북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더 기뻤다"며 감격해 했다.

회사원 신명춘(32)씨는 "감동적인 장면을 보기 위해 여름휴가도 하루 미뤘다"며 "통일만이 이들의 아픔을 풀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으로 더욱 가슴이 미어지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워커힐호텔 프레스센터에는 납북선원 가족들이 아버지와 아들 남편의 사진을 들고 나와 "가족을 찾아달라"고 호소해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최우영(31·여)씨는 지난 87년1월 고기잡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던 아버지(최종석·55)가 북한에 납치돼 아직까지 생사를 모른다며 울부짖었다.

그녀는 "그동안 경찰과 이웃들로부터 ''간첩의 자식''이라는 감시와 따돌림을 받으며 10여년을 살아왔다"며 "이산가족들도 만나는 상황에서 납북 가족은 왜 만날 수 없는 지 원통하다"고 통곡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