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은 평범하다.

압구정동 맥도널드앞을 30분만 지켜도 훨씬 출중한 인물을 수십명도 골라내리라.

"타락천사"의 고독한 킬러로,"첨밀밀"의 순박한 청년으로,"유리의 성"의 비련의 주인공으로 영화마다 깊은 인상을 남겨온 홍콩의 인기배우 리밍(여명.34)은 최근 인기있는 "꽃미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한없이 부드러운 갈색 눈동자와 선량한 미소는 화려함이 따를 수 없는 화사함으로 주변을 채운다.

리밍은 박희준 감독의 SF로맨스 "천사몽"(제작 주니퍼 픽처스)을 찍기위해 두달째 부산에 머물고 있다.

"천사몽"은 이승과 전생을 넘나드는 사랑을 그린 영화.

그는 현생에선 특전단원으로,전생에서는 공주와 사랑에 빠진 무사로 열연한다.

상대역은 이나영 박은혜 김지무등이다.

그가 받는 개런티는 25만달러선.

홍콩에서 60~70만달러의 대우를 받는데 비하면 적은 액수다.

"출연을 제의받고 시나리오를 살펴보니 일단 홍콩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소재와 색다른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는 작품에 도전하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구요"

영화의 대사는 모두 한국어다.

리밍의 우리말 실력은 수준급이다.

스탭들이 하는 말도 대충 눈치를 섞어 알아들을 정도다.

기자들의 질문에 통역이 말을 옮기기도 전에 재빨리 "마자요"라며 맞장구를 친다.

이전에 한국어로 음반을 발표했을때부터 한국어를 익혀온 덕분이다.

그래도 "외우는 대사"에 대한 부담은 있다.

"중국어로 된 대사나 노래가사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대사도 어차피 외워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기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지만 얼마나 자연스럽게 들릴까가 관건입니다"

그는 "영화는 개인의 연기 외에도 탄탄한 팀웍과 수많은 요소들이 패키지로 묶였을때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본다"며 "진작부터 한국의 정서에는 익숙했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은 동료들과도 감정소통에는 어려움이 없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박희준 감독에 대해서는 이번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믿어지지 않을만큼 영화에 대한 시각과 리더십이 빼어나다고 추켜세웠다.

1년에 한번꼴로 한국을 찾는다는 그는 "한국에 대한 애착이 많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한국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면서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없다"라며 활짝 웃었다.

현재 70%정도 촬영을 끝낸 "천사몽"은 12월중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부산 해운대=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