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미국 굴지의 만화출판사 마블코믹스는 돌연변이 초능력자들을 내세운 SF만화 "엑스맨"(X-Men)을 세상에 내놨다.

"반전"과 "반문화"가 기치를 높이고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에 항거하는 인권운동이 열기를 뿜던 시대였다.

자신들을 적대시하는 사회에 반감을 가진채 악과 맞서 싸우는 "엑스맨"의 활약속에는 소수에 대한 편견이나 배타성을 문제삼는 정치.사회.철학적인 함의가 담겨있었다.

40년 역사의 인기만화를 영화화하는 대업은 90년대 영화중 최고의 반전을 구현했다고 극찬받은 "유주얼 서스펙트"의 브라이언 싱어가 맡았다.

선댄스 영화제 출신의 저예산 독립영화감독으로 출발했던 그가 처음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모았다.

유전자 기술이 진보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초능력을 지닌 돌연변이 인간 "엑스맨"이 태어난다.

그 능력을 두려워하는 인간들은 그들을 성폭행범 다루듯 통제하려 한다.

엑스맨들은 인간을 제거하고 새 세상을 만들자는 매그니토(이언 매켈런)와 평화적인 타결책을 찾자는 사비에 박사(패트릭 스튜어트)진영으로 갈라진다.

손마디에서 금속갈퀴가 튀어나오는 전사 울버린(휴 잭맨),천둥과 번개를 부르는 여전사 스톰(할리 베리),눈에서 레이저빔을 내뿜는 사이클롭(제임스 마스든),5m짜리 혓바닥을 무기삼아 날아다니는 토드(레이 팍) 등...

다양한 돌연변이들이 펼치는 화려한 "개인기"는 넋을 잃을 정도다.

그렇다고 맹목적인 볼거리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존재론적 출발점이 같으면서도 이상이 달라 마찰을 일으키는 인간군상을 폭넓게 투영한다.

소수에 가해지는 집단적인 따돌림에 대한 문제제기도 잊지 않는다.

"쇠가 튀어나올때 아파?""매번..."처럼 가슴에 남는 대사나 정체성을 찾으려 고뇌하는 울버린과 사랑하는 사람을 만질수도 안을 수도 없는 고통을 안고사는 소녀 로그같은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무게감을 더한다.

이전작에서 빛을 발했던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반전이나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조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화려한 비주얼에 스며있는 유머와 진지한 주제의식은 영화를 "뻔한" 오락영화 대열에서 들어올렸다.

만화팬들을 앞세운 호응에 힘입어 역대 미국영화사상 박스 오피스 4위(5천4백47억달러)를 차지했다.

대놓고 속편을 예고하는 영화는 그 2탄을 기꺼이 기대하게 한다.

12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