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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무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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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홍 < 쌍용화재 대표이사 kimjh@insurance.co.kr >

    엊그제는 무더위 때문에 잠을 설쳐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다 문득 법정스님의 책들을 꺼내 들었다.

    ''무소유''''물소리 바람소리''''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등의 책을 다시 한 번 펼쳐봤다.

    속세에서 매일 찌든 생활을 하는 나에게 주옥같은 그분의 글은 힘이 되곤 해서 늘 고맙다.

    신문에 연재하던 칼럼을 즐겨 읽곤 했는데 최근에는 칼럼도 안 쓰시는 모양이다.

    갑자기 그분의 근황이 궁금해진다.

    어디 편찮은 데는 없으신지….

    속세에 살고 있는 티끌만한 나의 가치를 잠시나마 생각해본다.

    삶의 질이란 어떤 것인가.

    어떤 것이 잘 사는 것인가.
    풍요로운 삶과 가난한 삶의 차이란.
    지금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
    소신은 있는지,자리를 지키기 위해 해서는 안될 부당한 일은 하지 않았을까.
    숨쉬기가 거북스러운 도시의 거리,마시기조차 껄끄러운 수돗물 생활속에서 혼자 호의호식 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무소유''를 집어 들었다.

    ''…나는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집착이 괴로움인 것을…중략…며칠 후,난초처럼 말이 없는 친구가 놀러 왔기에 선뜻 그의 품에 분을 안겨 주었다.비로소 나는 그 얽매임에서 벗어난 것이다.날 듯 홀가분한 해방감…''

    법정스님은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장이란 위치는 봉급쟁이로서 출세한 자리라고들 한다.

    때로는 외롭고 고독하기도 하지만 한번 해보고 싶은 자리다.

    따라서 되도록 오랫동안 그 자리를 누리고픈 마음이야 인지상정(人之常情)이겠지만 자리에 연연해서 집착하지 않도록 스스로 마음을 다스린다.

    어차피 이 자리도 언젠가 스쳐지나가게 되므로 아쉬움이나 미련없이 소신껏 일한 만큼 평가받아 보자고 다짐도 해본다.

    요즈음 구조조정이다 개혁이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금융회사 임원들은 고심이 말이 아니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때로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한참 생각 끝에 새벽잠을 청하기도 하고 밤늦도록 이것 저것 궁리도 해본다.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적인 고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책임이 막중해서다.

    아울러 마무리가 중요하다.

    나 자신에게 물어 항상 떳떳할 수 있도록 명예롭게 살고 싶다.

    이 자리에 있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모두를 아낌없이 내놓을 생각이다.

    그리고 언제든지 때가 오면 기쁜 마음으로 이 자리를 물려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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