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고급 주택지역인 평창동에 사는 X(72)씨.그는 세금을 내지 않아 국세청의 세금 체납자 명단에 올라있다.

세금 체납액은 3억5천만원.보통 월급생활자나 빠듯한 소규모 자영업자 처지에서 보면 놀라울 정도로 많다.

X씨는 세금 낼 돈이 없다며 지난해 발생한 양도세 납부를 미루고 있다.

실제로 그에게는 드러난 재산이 없다.

그러나 국세청의 조사팀은 최근 체납자및 결손자에 대한 자료정리와 현장조사를 통해 ''이상 징후''를 찾아냈다.

시가 10억원이 넘는 집을 그는 경매에 넘겼고 40대인 며느리가 경락받았던 것이다.

경매를 통해 집을 넘긴 것도 정상적으로 자식들에게 물려줄 경우 내는 상속·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방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세청의 분석이다.

서울 강남의 Z(70)씨.그도 X씨와 유사한 경우.그는 2억원 가량의 미납부 세금을 "아무런 재산이 없다"며 계속 내지 않고 버텼다.

그러나 국세청 관계자들은 그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예금한 10억원짜리 계좌를 찾았다.

세금을 내지 않는 납세자들이 많다.

IMF체제 이후 경제가 어려워 사업에 실패하고 직장을 잃어 세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이달들어 국세 체납자와 결손자 26만2천여명을 전국은행연합회에 통보,금융거래에서 신용불량자로 불이익을 주도록 하기도 했다.

그러나 X·Z씨처럼 ''배째라''는 경우는 정상적인 납세자라면 "세상에 이럴 수가"라며 분통을 터뜨릴 대상들이다.

국세청은 X씨에 대해서는 며느리를 상대로 어떤 돈으로 ''저택''을 경락받았는지 자금 추적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X씨의 체납세금을 실질적으로 같은 자금원인 며느리로부터 추징하겠다는 것이다.

Z씨에 대해서는 찾아낸 타인명의 계좌를 근거로 행정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세금 체납을 규제하고 사전 예방 차원에서 X·Z씨와 같은 지능적인 탈세범인 고액 결손자에 대한 출국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세금을 체납했기 때문이 아니라 5천만원 이상 등 일정규모이면서 체납단계를 지나 결손처리된 납세자를 대상으로 삼기로 하고 주무부처인 법무부와 협의중이다.

문제는 고액 세금결손처리자가 너무 많다는 점.국세청은 자체 기준으로 처음 자료를 뽑았을 때 1만3천명 가량이 나왔다.

법무부(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깜짝 놀라며 행정관리의 어려움을 표시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평소 출국금지 조치자가 기껏 2천명 수준이기 때문이다.

비단 관리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행태로만 보면 질이 나쁘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출국금지를 과도하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법무부의 신중론에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이때문에 국세청은 체납 결손액 기준을 좀 더 올리는 등 ''현실성 있는'' 정도로 출국금지자수를 정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7천명 이내에서 협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